오늘은 졸업 전에 교실에서 정리 못한 것을 정리하고 졸업식 하는 장소의 음향 시설을 살펴볼 겸 잠시 직장에 다녀왔습니다.
사진기 가지신 분들이 보통 그렇듯 저도 늘 어깨에 매고 다니면서 일기 쓰듯 몇 장씩 담아오는데요
기본적으로 소니 미러리스에 사무식 연결하여 다니다가 너무 무거워 55mm도 연결하고..
그러니 또 너무 좁은 느낌이라 요즘엔 그냥 폰사진기로 때우는 중이었습니다.
(예전엔 폰사진기도 진짜 답없었는데 F1.8~9 조리개를 광고하는 모델 즈음 되고부터는 그래도 이럭저럭 쓸만하더군요.)
그러다 이번에 환산 30mm 정도의 가벼운 구성이 가능하게 되어 가지고 나왔습니다.
눈과 비가 섞여 내리는 기온보다 스산한 느낌이 드는 대기였습니다.
사진도 좀 칙칙하게 담긴 감이 있는데 눈으로 본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폰 사진기보단 이런 장면에서 조금은 더 하일라이트도 살아있었고요.
금요일엔 졸업 전 마지막 날이라 선생님들과 모임을 가졌습니다.
그 시각에 맞추느라 문집에 인사말을 쓰는 것 같은, 좀 차분하게 했으면 하는 작업을 못하고 와서
이 날 마저 쓸 겸 교실도 조금 정리할 생각이었습니다.
사진은 곰순이와 곰탱이. 둘 다 각각 다른 아파트에서 주워온 아이들입니다.
한 번씩 다시 빨아야할 때가 된 것 같은데 세탁기에 안 들어가서 어떻게 빨아야 할지 고민이네요.
(이 글 쓰다 갑자기 정말 고민이 되서 바로 검색해보니 차타고 20분이면 갈 수 있는 곳에 대형 빨래가 가능한 세탁소가 있네요 ㅎ)
마침 오늘 방송 관련 업자가 오신다고 한 시간과 겹쳐서 먼저 졸업장소로 가보았습니다.
작년부터 근무하게 된 이 학교는 이전 근무지에 비해 지역도, 환경도 상대적으로 열악한 곳인데요..
학교 시설 역시 말 할 것도 없이 안 좋습니다.
여기 발령이 나는 선생님들은 도심에 이런 곳이 있나 하고 놀라지 않은 이들이 별로 없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전 근무지였던 송도나, 이번에 문집을 만드느라 인쇄소를 가기 위해 갔던 강남에서 본 학교들은
비교도 안 되게 시설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그 학교들이나 여기나.. 둘 다 공립학교입니다.
어차피 의무교육이고, 세금으로 운영됩니다. 기부금은 더 들어올 수 있지만 그래도 건물을 지어주거나 하는 일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좋은 동네에 있는 학교치고 그렇게까지 시설이 열악한 곳이 별로 없었다는 겁니다.
개선을 위한 예산 투자가 잘 되었다는 것이죠.
이 학교도 매년 교육청에 시설 보수 및 강당 설치 등을 위해 예산신청을 합니다.
하지만 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매번 거절되지요.
만약 송도에 있는 학교 시설이 이랬다면 그 교육청은 매일 학부모 민원에 시달려야 했을 겁니다.
이곳은 그런 민원을 넣을 여력과 여유가 없는 분들이 주로 살고 있습니다.
가난은 정말 죄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이런 데서 들곤 합니다.
그나마 이번에 교장선생님이 공모제로 들어오시면서 부탁부탁하여
강당 비슷하게 쓰던 이 공간(교실 3개 연결한 크기)을 리모델링했습니다.
원래는 졸업 전 마무리가 어려울 것 같아 인근에 있는 다른 곳을 빌려 쓰려고 했는데
정말 아슬아슬하게 마무리가 된 모양입니다.
그런데 워낙 빡빡하게 공사를 해서 그런지 스피커 연결을 전혀 못했더군요.
그래서 금요일엔 소리가 나지 않았고, 동시에 졸업영상 같은 것들이 잘 나오는지 확인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오늘 가서 확인하고 왔습니다. 다행히 소리는 잘 났습니다.
아이들 졸업장 받는 모습을 이걸로 담아두면 좋겠다 싶어 교장선생님 뒤쪽이 될 장소에 가서 미리 구도를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좁은 장소에 맞게 화각이 좋고, 사무식보다 훨씬 기민하게 반응하며, 심도가 적당히 깊어 오히려 좋음)
교실로 내려와서 졸업앨범에 생활통지표를 끼웠습니다.
그리고 학급문집에 간단히 인사말을 적고 졸업앨범과 같이 정리해두었습니다.
내일 졸업식을 마치고 교실로 내려와 번호대로 주면 될 것 같습니다.
어? 금요일까지 못보던 게 있습니다.
우리반 아이들 10명 정도가 나누어 만든 달력입니다. (뒤에 만든 이가 써 있더군요.)
토요일에 누가 와서 여기 놓아둔 것 같습니다.
선물인가? 싶어서 열어보니 편지 비슷한 내용도 없고, 생일도 저를 제외한 모든 아이들의 그것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ㅡ.,ㅡ;
그러므로 저 주려고 만든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으나 우선 올해 달력이니 졸업식 날 아이들에게 물어봐야겠습니다.
어느 정도 정리를 마치고 교실 앞 뒤를 한 장씩 담았습니다.
눈으로 본 것과 비슷한 색이 나와서 보정하기 좋았습니다.
제가 파나소닉 사진기의 색은 소니에 비해 잘 다루질 못하는데 렌즈가 달라지니 좀 낫나? 싶기도 하고..
아니, 번들이나 고배율 줌만 끼우다 오랜만에 단렌즈를 끼우니 느끼는 플라시보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한 해도 지내놓고 보니 금방 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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