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헤아려보니 럴수 럴수 이럴수가...
2007년부터 지금껏 이 가방을 12년째 쓰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 가방의 모양새는 몹시 싫은데, 이것보다 더 실용적인 걸 못찾았을 뿐이지만요.
물론 이것 말고도 작은 카메라 가방이 2개 더 있긴 해도, 결국 제 등에 가장 오랫동안 매달려있던 건 이 놈이었습니다.
생각난 김에 빨래도 하고 기념사진도 찍어줬습니다.
매우 부끄러운 이야기이긴 하나, 그동안 한번도 빨래를 안했습니다.
물만 뿌렸을 뿐인데 주르륵 흐르는 떼국물이 놀라웠구요...
다 마르고 나서도 그리 깨끗해 보이진 않는다는 점에 또 한번 놀랐지요.
그래도 어제까지보다는 훨씬 나아보이네요.
한 5년 전부터 지퍼 바로 옆부분이 헤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완벽한 구멍이 두 군데 빵 뚫리더니 지퍼를 여닫을 때마다 조금씩 커지기 시작하더군요.
하지만 겨우 그런 사소한 일로 이 가방을 버리기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고민 끝에 재작년에 한국에 갈 때 매고 가서 지퍼를 교체했습니다.
덕분에 오리지날 지퍼 3개 중 하나는 사라져버렸습니다.
나름 각을 유지하던 바디라인도 우스꽝스럽게 울어버렸구요.
뭐 어쩌겠습니까.
사람도 늙는데요.
인터넷으로 재원을 살펴봤습니다.
12년동안 매고다니면서 한번도 궁금해하지 않았던 숫자들입니다.
외부 : 너비 35cm 깊이 21.5cm 높이 44.5cm
내부 (카메라) : 너비 29cm 깊이 13.5cm 높이 14cm
내부 (앞부분) : 너비 32cm 깊이 14cm 높이 29cm
내부 (노트북) : 너비 31cm 깊이 4.5cm 높이 40.5cm
무게 : 1.34kg
재질 : 방수 840D & 600D ripstop
어렵습니다... 그냥 가방이라고 치죠 뭐. ㅎㅎㅎ
미러리스 카메라 2대와 렌즈들, 그리고 15.6인치 노트북이 완전히 수납되는 초실용주의 가방입니다.
이 낡은 가방에 가장 잘 어울리는 낡은 모자. 가방이랑 거의 동갑. ^^
나의 전재산. 많진 않지만 부족함도 없지.
보물 1호 납시오! 레노버 ideapad 700 i7 quad.
수많은 포켓들로 구성된 앞주머니. 더 넣으시라.
이제는 싸구려 지퍼로 교체된 앞주머니. 그저 살아있음에 감사를.
보물 2호 납시오! 수동렌즈가 더 잘 어울리는 파나소닉 GX7mk3.
판판한 아랫면. 찡이라도 박아주면 덧나냐.
참으로 못생겼기 때문에, 이 녀석에게 참된 얼짱각도는 오직 이곳 뿐. (글썽)
12년동안 매달려있던 것 치고는 나름 양호한 맬빵. 그게 다 내 어깨가 부드러워서야.
완전군장 점호준비 끝! 아랫단의 또 다른 포켓들. 지퍼 좀...
워낙 튼튼한 재질이라 맬빵은 얇게 만들었습니까?
나의 사랑 메가데쓰와 함께라면 어디든 좋다. 2014년산 노트3네오, 6유로짜리 이어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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