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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요즘 위로 받는 곳...

| 03-26 22:18 | 조회수 : 491

가난하지만 공부잘하는, 오만한 아이는 더 이상 없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나는 그냥, 콘테이너에 사는, 지지리도 가난한, 그러면서도 꼴에 수재의연금도 안 받겠다고 튕기는, 주제파악도 못하는 거지 새끼일 뿐이었죠...
그때 저는....그래요...죽을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드러운 세상에 날 던져놓은 엄마도 참 원망스러웠죠.
...방법은 하나였습니다. 엄마와 함께 이 구질구질한 세상을 떠나버리는 거죠.
...그때 제 어머니는 전신마비 였습니다. 숨이 막히지않게 3분마다 목의 가래를 빼내줘야했어요.

...아무것도 할건 없었습니다. 그냥 가만히 앉아서 10분정도 견디면 되는 거 였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옆방에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아름다운 음악이었죠.
...정말입니다. 꿈인지 환상인지 모르겠는데, 나는 그때 거기서, 오케스트라를 봤습니다.
...그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있는, 먼 훗날의 나도 봤습니다.
...구원이었죠. 위로였고, 힘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지휘자가 되었습니다.
..그때 제가 받았던 위로를, 그 힘을, 여러분들도 같이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 베토벤 바이러스 10회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연주 장면의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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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야겠군요.

왜냐고 굳이 저의 개인 취향을 물으신다면,

'너무 뻔하고 시시해서' 입니다.

 

아무튼, 최근...이라고 하면 종영한지 2년이나 지나버린 저 드라마가 욕을 하겠죠?...

제가 한 회도 빼먹지 않고 본 드라마가 저 '베토벤 바이러스' 였습니다.

수 십번 돌려서 봤고, 서희태 음악감독이 자신의 오케스트라로 전국 순회공연 할 때에도

R석 표 사서 딸내미와 듣고 왔을 정도였죠.

 

나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여러번 가슴이 찡했었는데,

특히 작가가 의도적으로 자주 사용한 '위로' 란 단어가 나올 때는 더욱 그랬던 것 같아요...

 

위로.

희망.

구원.

 

나는 살면서 누군가에게 위로 받아본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타고난 돌쇠 성격이라서 친구든 선후배든 안 좋은 일 생기면 찾아다니며 토닥거리고, 챙기고,

군대도 어찌하다보니 제일 늦게 가게되어서 친구들 훈련소는 다 바래다 줬으면서 정작 나는 혼자 털래털래...

내 마음이 허전하고, 속상하고, 지치고 힘들 때...누군가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 건넸던 사람이...거의, 아니 아예 없었던 것 같아요...

결혼한 마누라도 말 없고 무뚝뚝한 성격...아이들이 날 위로해주려면 얼마나 더 커야할지요...ㅎㅎ

 

외롭지요.

오죽하면 '주변에 아는 사람 중에 우울증으로 약먹고 죽을 사람 일순위가 너' 란 소리도 들었겠어요...

 

나는 늘 괴리감 속에서 살아갑니다.

이빨이 다 흔들거리도록 앙다물고 죽기살기로 부딪혀가며 싸워가는 내 일상은,

사실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닙니다. - 누구나 다 그럴거에요...

 

나이 마흔이 넘으면서 그 괴리감이 더 커져갑니다...

결국, 현실에서 살게 되는 거겠지만,

그래도...언젠가는 나도 내가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하나 이뤄보지 않을까...

하는 부질없는 희망의 불씨를 아직 꺼버리지 못합니다...

그래서 더 힘들고 외로운지도 모를 일이지요...

 

 

나는 요즘 여기서 위로 받습니다.

여러분들이 만들어준 짤방 사진에 하루가 유쾌하고,

여러 선후배님들이 올려준 감성 가득한 사진에 감동하고,

걱정해주고, 배려해주는 여러분들의 한 줄 이야기에 울컥합니다...

 

술을 마시는 대신,

이렇게 작은 한숨을 풀어갑니다...

 

덧,

전주출사에 다녀온 사람끼리만 너무 히히덕거린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분명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펜탁스 서포터즈가 생겨서 갑자기 게시판이 소란스러워진 시기에 탈퇴를 했었으니까요.

뭐랄까...좀 정신도 없어지고, 일반유저 입장에선 괴리감이 좀 느껴지더군요...

'왜 자기들끼리만 저렇게 친해?'  굳이 이야기하면 그런 기분이었죠...

요즘 게시판에서 그런 느낌 가지는 분들도 분명 계실거에요...

 

창피한 이야기지만 나갔다가 몇 일만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왜 그랬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별로 갈 곳도 없고...

아무튼,

그래도 이해해주셔요...기회가 된다면 더 많은 분들 모시고 더 즐건 시간 갖고 싶어요...

요즘 새로 입당하신 분들도 많이 계시던데, 괴리감 느끼지 마시고.. 매일 들러서 저같이 이런 푸념이라도 풀어놓으신다면,

금새, 좀 더 친해지실 수 있을거에요...

저처럼 마음 깝깝한 사람들이 아닌, 마음 따뜻하고 정다운 사람이 많은 곳이거든요...

 

오늘도 여기서 조금 위로 받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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