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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가슴이 먹먹하기만 한 <시> - 아네스의 노래

| 05-14 23:44 | 조회수 : 2,989

어제가 아직 오늘 같다.

하루 종일, 미자를 연기한 윤정희 선생님의 눈 빛과 음성이 또렷하기만 하다.



지친 몸을 이끌고 오르던 수목원의 언덕에서도,

화수분을 모아 놓은 분재원에서 꽃을 향해 셔터를 누르던 순간에도,

나는 <아네스의 노래> 한 구절 한 구절이 생각나서 순간순간 몸서리를 치고 가슴을 쓰러내려야 했다.



<시>를 통해 작가 이창동이 세상에 던지는 강렬하고 또렷한 질문은 이것이다.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할 용기가 있습니까? 당신, 혹은 당신 가족으로 인해 상처받은 그 누군가에게.'



우리들은 참으로 쉽게 용서를 구한다.

미안해요. 살다보면 이럴 수도 있는거 아니겠어요? 충분히 보상해 드리겠습니다.



구원은 종교에 가서 돈을 내는 것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란 것을,

진정으로 용서 받는 것은 사회적 통념으로 정해진 '합의'가 아니란 것을,

담담하게, 그러나 그 어떤 미사여구로도 반의를 표할 수 없는 묵직함으로

비틀리고 냄새나는 냉혹한 이 세상에 물음표를 찍는다.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할 용기가, 당신은 있는가요?'



앞으로 살면서 나는 이 질문을 늘 곱씹을 것이다.

내 마음 속에 그 용기가 생기는 날,

나도 누군가를 진심으로 용서할 수 있을테니까.

나도 영혼의 구원이란걸 받을 수 있을테니까.



아직도 내 마음 속에 생존해 있을지도 모르는 시상에게 고개 속여 사정해야할 밤이다.

내일은 연필을 깎아 하얀 종이 옆에 두고,

24년전 음악다방 C.M.B에 5시간 동안 날 앉혀뒀던 갈래머리 소녀를 생각할 것이다.

 

다시 한 번, <시>를 만들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마지막 스크롤로 올라간 그 어느 누군가의 이름까지 빠짐 없이.



★ 님의 팝코 앨범 ★
https://photo.popc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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