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몇가지 약속이 있어 길을 나섰습니다. 시간에 맞춰 준비를 하고 차고를 갔는데... 어랏?
옆집 차가 제 차 옆으로 평행 주차 되어 있는 겁니다. 헐.
옆 차가 너무 가까이 붙어서 서 있는 바람에 차문이 고작 10cm 정도밖에 열리지 않더군요.
반대편 조수석을 보니 벽에 바짝 붙여대서 문은 역시 10cm정도밖에 열리지 않네요.
<그림 참조>
그래서 옆 차 주인한테 차가 바짝 붙어 있어서 문을 못 열고 있으니 조금만 차를 빼 달라고 연락을 했죠.
그런데 그 분이 지금 밖에 나와 있어서 저녁때야 되야 올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게 말하니 뭐 달리 방법도 없고 일단 알았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혹시나 손쉽게 차에 탈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해 보았죠.
처음에는 그 10cm의 틈 사이로 타 보려고 했습니다. 택도 없더군요. 팔만 겨우 들어갔습니다.
조수석 쪽으로 돌아가봅니다. 흠... 차문만 쳐다보다 시도도 안해봅니다.
뭐 딱히 방법이 없을까...?
차창만 열려도 창문으로 탈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요즘 차가 다 그렇지만 파워윈도우이다보니 시동을 걸어야만 창문을 열 수 있습니다. 시동을 걸 수가 없습니다.
차가 조금만 앞으로 가기만 해도 문을 열고 탈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하지만 사이드 브레이크까지 올려져 있습니다.
생각을 해봅니다. 저의 한 손에는 마침 삼각대가 들려져 있습니다.
그래. 차 문틈 사이로 팔을 넣어서 이 삼각대로 사이드 브레이크를 내리고 기어를 중립에 놓아보자.
차 문을 열고 바둥거려 봅니다. 삼각대가 사이드 브레이크에 닫습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삼각대 위치를 이리저리 옮겨가며 팔을 뻗어 사이드 브레이크에 닫아봅니다.
그저 닫기만 할 뿐 도저히 힘을 받지 못합니다. 그러는 찰라 몸무게에 밀린 차문이 닫혀 팔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차문에 혼자 십분간 매달려 있었습니다. 맞아요. 도저히 안되는 짓입니다.
휴.. 다른 방법은 없을까?
그래. 그럼 차키를 꽂고 시동만 걸면 차 창문을 내릴 수 있을거야.
삼각대 다리에 차키를 매달아 봅니다. 팔을 쭈욱 뻗습니다.
이 생각을 생각해 낸 내 머리가 원망스럽습니다. 아직까지는 분명 봄인데 여름을 보았습니다.
에잇. 안해안해. 도무지 안 되겠다. 그러는 찰라, 문득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습니다.
뒷자석의 팔걸이가 트렁크랑 연결되어 있죠. 보통은 스키같은 물건을 실을때 그걸 내리고 트렁크쪽으로 빼서 싣는 역할을 합니다.
뭔가 번뜩 생각이 떠 오릅니다. 트렁크 문을 열었어요. 그리고 트렁크 안쪽에서 그걸 밀어 봅니다.
아니나 다를까 팔걸이가 재껴지면서 안으로 통로가 생겼습니다.
그래 저기로 들어가 봐야지. 혹시나 트렁크가 닫힐까 싶어 트렁크에 지지대도 대어 놓습니다.
트렁크 안으로 기어 들어가 머리를 들이밀어 봅니다. 뒷 좌석으로 머리가 들어갔습니다.
오른팔을 빼어 봅니다. 들어갔습니다. 왼팔을 빼어 봅니다.
개뿔. 안들어갑니다. 꼼짝을 못 합니다. 햇볕에 달궈진 차 안은 사우나 같습니다.
오른팔과 머리만 들어간 채 트렁크 안에서 바둥 거립니다.
뒷좌석 유리로 본 하늘은 화창하니 맑습니다. 때마침 우리 집 건물 윗층에서 누군가가 내려다 보고 있네요.
네. 그렇습니다.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저 씩 웃을 수 밖에요. 허허.
그냥 나오기로 결심 합니다. 그런데 오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것이 들어가는 것보다 나오는게 더 어렵다는 겁니다.
마치 헬멧을 썻다가 벗는 것처럼 머리가 껴서 안 나오더군요. 머리가 커서 그런건 절대 아닙니다. 양쪽 귀가 걸리네요.
몸을 비틑며 바둥바둥 거립니다. 행여나 트렁크가 닫히지 않을까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그래도 상상하는 것보다는 어렵지 않게 트렁크 탈출에 성공했어요. 내 자신이 탈출 마술의 귀재 후디니가 된 것처럼 뿌듯합니다.
나와서 보니 저긴 아주 작은 아이들이나 들어갈 법 하더군요. 그렇다고 해서 아이를 넣어보지는 않았습니다.
잠시 긴 숨을 몰아내쉬며 트렁크를 닫고 차 문을 잠근 후 가벼운 발걸음으로 그저 지하철을 타러 갔습니다.
휴....................
그건 그렇고 지하철은 왜 반대 방향으로 탄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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