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 밤에는 쓰레기를 버렸답니다.
지난 번 이사때 이사하며 나오는 쓰레기를 버리려 종량제 쓰레기 봉투를 큰 걸로 샀었어요.
그리고 한장 남아서 집에 놔두고 썼었습니다. 크기는 무려 100리터. 저도 들어가겠더군요.
혼자사는 남자가 쓰레기를 만들면 얼마나 만들겠습니까. 다섯 달만에 봉투 하나가 다 찼습니다.
그래서 간 밤에는 드디어 그 쓰레기를 버리기로 했답니다.
그런데 이게 제법 무겁더군요. 100리터 봉투가 꽉 찼으니 오죽하겠습니까.
게다가 저희 집은 엘레베이터도 없는 6층.
가뿐히 들고 내려가야지 싶었는데 아무래도 안되겠더군요. 그래서 질질 끌고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반년가까이 묵힌 쓰레기봉투에는 각종 오물과 오수가 가득이었고 봉투 사이로 그 물이 새기 시작했습니다.
쓰레기봉투에서 악취와 함께 검붉은 색 물이 흘러나온 거죠.
6층에서부터 1층까지 계단을 따라 그 물은 길게 이어졌고 그 모양은 마치 시체라도 끌고 간 모습이었어요.
그런데 급기야 1층에서 봉투 끝이 터져 쓰레기 일부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쓰레기 봉투를 밖에 내 놓은 후 대충 급한대로 정리하고 집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 검붉은 물이 6층 우리집에서부터 1층까지 흘러 있고 그냥 둬서는 안되겠다 싶더라고요.
게다가 누가 그랬는지 뻔히 알거 아닙니까.
이 사태를 들키기 전에 얼릉 치워야겠다는 생각에
반바지 차림에 고무장갑을 끼고 걸레를 들고 나가서 닦기 시작했어요.
6층에서 1층까지 닦으며 내려가는데 천정등이 센서등이다보니 닦고 있다보면 등이 꺼져 주변이 금새 어두워 지더군요.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청소를 하다보니 어느새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지만 거의 다 정리가 되어갔어요.
그 즈음 입구에 누군가 들어오더군요. 그 사람이 입구에 들어서자 센서등이 켜졌습니다.
제가 있는 쪽은 어두웠지만 그 사람이 있는 입구쪽은 밝아진거죠.
주변에는 핏빛 물이 가득한 채로 어두운 구석에서 반바지에 고무장갑을 끼고 쭈그리고 앉아
밤 12시에 바닥을 닦고 있는 저를 그 사람은 보았습니다.
평온한 얼굴로 들어오던 그 사람은 그대로 멈칫. 아무말도 하지 않더군요.
슬며시 그를 올려다 봅니다. 산발된 머리에 얼굴은 땀 범벅인 채로 말이죠.
잠시 정적....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사람은 그대로 정지해 있더군요.
그리고 잠시 후, 제가 그다지 유해하지 않다고 판단했는지 제 옆을 지나 계단을 올라갔습니다.
애써 태연한 듯한 얼굴로 시선은 계속 저를 바라보며 말이죠.
저역시 이 시간에 이런 모습으로 바닥을 닦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듯한 표정으로
자연스러운 모습을 유지하며 바닥을 닦았습니다. 신경은 그 사람한테 가 있으면서 말이죠.
휴.........
아무튼 그렇게 정리하고 들어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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