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도 글을 남겼었지만
요새 이상하게도 가끔씩 명치 끝이 허~ 하다고 해야되나요?
바늘 구멍 같이 작은 구멍 같은게 있어서 거길 통해 제 안에서 뭔가 아주 조금씩 빠져나가는 기분 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기분이 들더라구요;;
막 외로움에 사무친다거나 그런게 아닌 차분하긴 한데 좀 그러더군요.
서른병 같은 걸까요?
흘러가는 시간이 가슴을 통해 빠져나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고시라는 명분 하에 결과 없이 보낸 덧없는 시간 속에 사라져간 젊음에 대한 한탄,
혹은 그런 자신에 대한 연민 때문일런지두요.
그것도 아니면 가슴을 채워줄 사람을 찾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미칠듯한 외로움이나 슬픔 혹은 상실감에 시달리는게 아닌 그냥 잔잔하고 차분하지만 뭔가 제게서 결여된 정도의 기분인지라 우울증은 아닌 것 같습니다 ㅋ
그냥 조금 쓸쓸해하는 것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허나 이대로 가다가는 장기적으로는 제게 좋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친한 이들에게는 겁내 오도방정이지만 보통은 차분하려 하는 저인지라 모르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뭐랄까..제가 너무 무미건조한, 글러먹은 아저씨가 될 것 같아서요;;
그래서 자신을 정리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동안의 제가 지내오던 생활패턴 중 좋지 않은 것들을 빼고 줄일 것은 줄이고 필요한 것은 넣기로 했습니다.
미래는 자신이 만들어가는 거라잖아요?
지금의 자신에게 보이는 미래가 마음에 안든다면 바꿔야할테고
미래를 바꾸려면 지금의 자신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에게 필요한 것과 필요 없는 것을 알고 있고
알기만 하면 소용없으니 그걸 실천하려 하고 또 행동으로 옮겨야 하잖아요?
뭐, 그런지라..하나 둘씩 행동으로 옮겨보기로 했어요.
그 시작의 의미로 오늘 헌혈이라는 것을 시도해봤습니다.
사실 전 헌혈이란걸 해본 적이 없어요.
어린 시절 홍역과 간염의 합병증을 앓았었는데 그게 A형인지 B형인지 아니면 C형인지 모르던 상태였고
희한하게도 금속알러지도 있어서 링겔을 꼽으면 그 부근에 발진이 아주 살짝 일어나는데다가
덩치에 비해 가는 팔과 수간호사도 찾기 힘들어하는 혈관으로 인해 오만군데 찔림 당하다보니
간염을 앓았었다는 '핑계'하에 그냥 헌혈 자체를 피하게 됐지요.
좀 더 냉정히 돌이켜보자면 그 쑤셔댐과 근질거림이 싫은데 간염이란 좋은 핑계거리가 있으니 그걸 방패삼아
도망쳐온건지도 모르겠기에 이런 결심을 했네요.
아마 맘 잡고 수능공부 했던 이후 제가 했던 가장 큰 도전이 헌혈이었을 겁니다.
(군대는 끌려가지만 이건 자발적이니까요)
역시나 헌혈의 집에서 이런 저런 것들을 물어봅니다.
언제나처럼 솔직히 기술합니다.(상대방 질문에 대해 솔직히 대답하는 편이니까요)
유럽에 장기체류한 적이 있느냐? yes
(*이것도 국가에 따라 다르더군요; 영국은 한달 이상 있으면 평생 헌혈 못합니다. 다행히 보름 모자랍니다 ㅋ다른 곳은 5년이던가 그래요...ㄷㄷ)
최근 약을 먹은 적이 있느냐? yes(비염약 -_ㅡ)
간염을 앓은 적이 있느냐? yes
당연히 보류자 판정을 받지요.(속인 것보단 낫잖아요!)
허나 이번에는 이대로 물러서기 싫었습니다.
난생 처음 헌혈의 집이란 곳에 들어온 것까진 성공했으나 지금 가면 그대로잖아요?
그런 이유로..잔머리를 써봤습니다.
A, B, C형 간염 중 제가 앓았던 것이 뭔진 모르겠지만 일단 A형이면 시간 지나면 헌혈해도 무관하고 문제가 B형일 경우이니
B형 간염을 앓았던 이는 혈액 샘플 체취 후 혈액연구센터에 보내서 정밀검사를 하는 것으로 기억하는데
A든 B이든 일단 제 피를 뽑아 거기에 보내서 판정해달라고 했습니다.
제가 앓았던게 무엇이든간에 B형 판정 키트에서 양성만 안뜨면 전 정상인거니까요.
성공적으로 피 뽑아냈습니다.
5분 정도 지혈도 했네요.
꼴랑 25cc던가 뽑았는데도 제법 지혈 해줘야 하더군요;;
여튼간에 결과는 약 두 달 후에 나온다고 합니다.(바쁘고 밀려있데요;)
당장 결판을 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발은 디딘 것 같아서 내심 뿌듯해해봅니다.
다른 분들에게 헌혈은 별거 아니지만 제겐 좀 큰거였어요; -_ㅡ)
뭐가 되든 지금보다 긍정적으로 움직이고 있으니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리라 기대해봅니다.
오늘까지 느끼던 그런 기분들도 조금은 나아지겠지요.
헌혈 하나 가지고 미래 운운함도 우습지만 여튼 그랬네요.
이런거로 마음이 따뜻해지리란 생각은 안들지만 그래도 긍정적 변화가 뭔가 제게 좋은 영향을 끼쳐주길 바래봅니다
다들 점심 맛나게 드셨길 바라고 안드신 분들은 행복한 식사시간 되시길 바래요 ^^
전 다시 부지런히 움직이러... 휘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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