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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대한 기억 중 하나, 루이 13세 3병

| 01-06 15:41 | 조회수 : 1,083

아래 사진에 덧글 달다가 생각난 사연입니다...
사무실에서 할 일도 없고..가 아니라 할 일은 꽤 많은 듯 한데 하기가 싫어서 빈둥거리는 오후에 썰 하나 풀고 가려고...ㅎㅎ

이것은 지금으로부터 15년전, 그러니까 일천구백구십오년에 일어났던 일백프로 리얼리티한 이야기가 되겄습니다...

그 때 저는 몇 년 동안 선배와 함께 운영하던 룸싸롱을 정리하고 - 정리라기 보단, 젊은 놈이 화류계 생활 너무 오래한다고 걱정하시던 어머님의 걱정 때문에 그만두고,
어느 작은 중소기업에 입사하여 생산관리, 품질관리, 총무를 거쳐 영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회사는 건설자재를 생산하고 납품하는 회사였는데, 영업파트 사람들은 뭐랄까...워낙 상대하는 사람들이 노가다 계통이라서
성질도 걸걸 해야하고 (저랑 딱 맞는...),
입도 걸걸 해야 하고 (이건 뭐 저의 주특기...ㅡㅡ;)
술도 잘 퍼마시고 잘 놀줄도 아는 (이건 뭐 전공이 화류계다보니..ㅡㅡ;;)
사람이어야 했지요. ㅎㅎ

각설하고 입사 4년차에 영업부 대리를 달고 당시 부장님과 과장님을 모시고 열라 건설현장을 누빌 때 였습니다.
그...갑과 을....아시죠잉?
계약서 도장 찍을 때...'을' 입장이 되면 좀 거시기한 입장이 되어야 합니다.
특히나 노가대판에선 납품하고 돈 받아야 하는 '을'사의 영업사원이란 꼴이 참 우스울 때가 많지요...^^;;
우리나라가 어서 빨리 갑을 풍조가 사라져야 하는데...이건 뭐...나랏님이 나서서 부채질을 하고 계시니...18..

어느 날인가, 그 날도 '을' 자의 설움을 하루 종일 만끽하며 납품현장에서 크레임 걸린 물건 입으로 때워, 몸으로 때워 팔아넘기고
파김치가 되어 회식자리에 갔다가 다른 부서에서 속도 모르는 소리들 지껄이길래 확 엎어버리고 난리를 내버렸지요잉..
그 때만 해도 젊은 기운이 있던지라...ㅎㅎ 성질이 확 뻗치면 그냥....ㅡㅡ;;
다행히 사장님은 안계시고 우리 부장님이 상석이었던 터라 대충 마무리 짓고
삼겹살로 따귀 맞은 애들 잘 달래서 내일 출근 꼭 허라고 단도리 허시고...

'얌마 고대리...너는 그 성질 좀 죽여라잉...이 놈의 쉐리가...한 번만 더 그러면 너 죽고 나 죽는다잉'
면서 자기 집에 가서 술 한 잔 더 먹자고 하더라구요...

사실 그 분도 술 먹으면 늙은 개가 되시는 걸로 유명하셨는데,...ㅎㅎ
뭐..모시는 상사고...또 굳이 따지면 어두운 경로의 선배님뻘도 되시는지라...끌려 가게 되었지요...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당시 인당 소주 3병 정도 했던터라,
거기에 아무리 좋은 술 부어봐야 결국 소주 되는 상황이었는데...
우리 사수께서 거창하게 사모님을 깨워서 하시는 일갈,
'**이 엄마, 그거 좀 갖과봐라!'

여기서 그거가 바로 유명한 꼬냑 루이 13세 였습니다...
술장사를 오래 하다보니 자연스래 알게된 술이지만 먹어보지는 못했었지요...
한 병에 몇 백 이상 하는 술을 어떻게 먹겠어요...그리고 꼬냑은 머리가 아파서 그냥 줘도 안 먹습니다...지금도...ㅎㅎ
아무튼 당시 저는 윗사람에게 좀 능글능글하는 스타일이었거든요...

'에이...설마 이게 그 루이겠어요...뻥치지 마셔요'
'이 쉐리가...너 내 성질 모르냐'
'잘 알지요...루이너똥, 구짜, 발라사체 같은거 짜가만 갖고 계시잖어요'
'이 쉐리가...그건 선물을 받은거랑께..그래서 몰랐당께'
'아무튼 한 번 먹어보자 이거시지요? 부장님?
'아니 다 먹지는 말고 한 잔씩만 허자...분위기 있게'

분위기는 뭔 분위기..가뜩이나 뚜껑도 열린 상태였는데...
ㅎㅎ 순식간에 한 병 뚝...그리고

'에이...이거 암만해도 헤네시에다 뭐 탄 술 같은디'
'이 쉐리가...너 뒤진다잉..'
'에이...설마 이게 그 루이겄어요?'
'어이 **이 엄마 한 병 더 갖고온나~!!'

ㅎㅎㅎ 그렇게 말도 안되는 술 세병을 다 까버리고...
집으로 오다가 택시에서 내려 무척 시원한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것으로,...
지금 돈으로 치면 원두막 같은 카메라 몇 대도 살 수 있는 술을 먹어버렸지요...

그 뒤로 한 2년 동안 그 생각만 나면 아무 때나 제 자리에 오셔서 뒷통수를 후려갈깁니다...
'이 쉐리야..그 술이...크흑..어떤 술인디...다 쳐묵고 쏟아버리냐이...'
'에이...뻥치지 말어요..그게 무슨 루이여..짜가드만..긍게 다 나오지요잉'
'이..이 놈의 쉐리가...'


ㅎㅎㅎ
글쎄요...그 루이 13세가...100년 동안 묵힌다는 오리지날이었는지
아니었는지 지금도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가끔 당시 제 사수셨던 성님 목소리는 그리워지는군요...^^;;

별볼일 없는 잡설 읽으시느라 수고 허셨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신 당신은 진정한 멋쟁이랑게요...^^



★ 님의 팝코 앨범 ★
https://photo.popc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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