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이런저런 예전 일들이 많이 떠오르는 밤이네요.
술 끊어서 그런건지...아니면 오늘 본가에 다녀와서 그런지도...
제 아버지는 사업가셨습니다.
꽤 규모가 큰 사업을 하셨드랬죠.
그리고 제 아버지는...
참 정도 많으시고, 성질 급하시고, 쓸데 없이 오지랍 넓으셔서 정작 식구들 보다 남들 먼저 챙기는,
그런 분이셨죠...
덕분에 어머니가 고생 많으셨어요...
제 성격이 아버지와 판박이랍니다.
그나마, 어머니 피가 섞여서 좀 낫긴 하지만, 마흔 훌쩍 넘어버린 지난 삶을 생각해보면,
영락 없어요...
참, 그렇게도 따라 하기 싫었던 아버지의 모습을 복사를 하고 있더라구요...
우리 가족은 제가 9살 되던 해에 아버지 하시던 사업이 잘못 되셔서 고생길로 접어들게 됩니다...
방 10칸 짜리 의리의리한 한옥집에서 밤에 몰래 도망을 쳐야만 했지요..
조그만 리어카에 (아버지 사업실패로) 치매 걸리신 할머니 모시고, 갑자기 열병이 난 동생 태우고,
솥단지와 밥그릇, 이불 두 채 싣고....
어머니와 제가 밀고 아버지가 끌고..그렇게 우리 가족은 가난의 나락에 떨어지게 됩니다...
그러고는 재미진 일들이 참 많았지요...크...
술 생각 나네요...ㅎㅎ
겨울이면 실내온도가 0도로 내려가는, 외풍이 시베리아 북풍 몰아치던 셋방에 살면서...
연탄까스 새서 저랑 동생이 거의 황천길 앞에까지 갔다 오기도 했다는데 , 아쉽게도 전혀 기억나지 않습니다....^^
아무튼지,
셋방 주인집 할배가 중풍으로 다리 한쪽을 못쓰는 분이셨는데 승질이 어찌나 고약하던지
툭하면 지팡이로 저와 동생을 위협(?)하곤 했는데,
어렸을 적부터 승질 머리 안 좋던 제가 약 올리고 도망다니곤 했었습니다...
제 기억엔, 아직도 그 할배가 만화 '보물섬'에 나오는 무서운 해적 실버로 남아있어요...
아무튼 셋방살이를 몇 년 하다가...
오늘 사진 올린 그 연립을 사게 되어서 11살 되던 해에 이사를 가게 되었지요...
그 연립에서...
그 이리 신동 삼양연립에서 10여년 살면서...
지금의 제가 되었습니다...
첫사랑도 만나고, 담배도 배우고, 술도 배우고, 아버지에게 쳐 맞고 집도 뛰쳐나가보고,
패싸움도 해보고, ...
아버지가 조금 힘을 피면서, 또 제가 커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조금씩 모아서,
우리 집은 큰 아파트로 이사가게 되었습니다.
그 연립에서 이삿짐을 싸면서...
'다시 이곳에 오는 일은 없을 거야' 라고
행복해 했는데...^^
이런 저런 일들이...
그리고 아버지가 다시 잘못 되시면서...
친척들의 무시무시한 배신으로...
10여년만에, 정들었던 아파트를 팔고,
아부지 엄마는 다시 그 연립으로(참 기묘한 운명이죠..어떻게 다시 그 집으로...ㅋㅋ)
그리고 저는 분가를 해서 살게 되었답니다...ㅋㅋ
저나 우리 아부지나,
인생에 참 파도가 많았습니다....
지금도 그 연립에 가는 것이 깨름직하고 우울하지만,
한편으론 그 집에 살 때가 더 행복하고 좋았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흐....
별 얘기를 다하는군요...
잡소리였어요...
흐어...벌써 12시가...ㅡ..ㅡ;;
낼 아침 운동하려면 지금이라도 자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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