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잠시 후면 우리 김연아양의 멋진 연기를 볼 수 있겠네요...아사다 마오양은 연아양 뒤 순서라 더 부담이 크겠죠? 연아양이 실수 없이 경기하면 정말 부담 클 듯.
오늘 2009년도 회사 자체 회계를 마쳤습니다. 우리 회사야 직원들 다 합쳐도 20명이 채 안되는 작은 규모이고 관리직은 저와 여직원, 단 둘 입니다.
세무서 관련일은 회계사 사무실에서 해주지만, 그것 말고는 다 알아서 하지요.
저만해도 영업(공사수주), 총무(직원관리), 품질(현장 공사관련), 공무(견적), 자재(자재 구매 및 검수)에 공사 진행하는 동안 원청사 직원들 잡다한 접대와 수금 까지...
법인이라고는 하지만, 개인회사나 다름없는 소규모 회사에선 누구나 다 그만큼씩은 하지요. 그게 바로 경쟁력이구요. 사실 파트가 정확히 나눠져 있는 큰 회사에서 자기 전문분야에서만 일하는 사람보단 용도가 다양하니까요. 단가는 싸고 저렴하지만 다용도로 잘 써먹고 있는 18-55 번들 렌즈랄까요. ㅎㅎㅎ
아무튼, 각설하고,
제가 이 회사에 들어 온지 만 9년차,
다행히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회계의 기본 개념과 원가에 대한 이해, 그리고 생산라인에서 발생하는 온갖 로스에 대한 분석들을 꽤 깊이 공부한 경험이 있어서 회사를 어떻게 경영해야 돈을 남기게 될 것인가, 하는 기본 개념은 탑재한 상태라고 할까요. 좀 건방진 소리지만서도.
그리고 그 전에 룸싸롱을 비롯한 온갖 잡초 같은 인생 여정을 통해 배운 나름의 ‘근성’ 덕분에 영업 하는데 도움이 아주 많이 됩니다. 전에 가끔 제가 소개해드리는 에피소드를 읽으신 분들은 ‘아~’ 하고 이해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죠.
처음에 이 회사에 와서 연말에 대충 뽑아보니 인당 인건비 대비 매출액이 300%도 안되더군요. 월급 200만원 받는 직원이 한 달에 600만원 매출도 못 올리더란 이야기죠. 분야에 따라 다르지만 회사가 원활하게 돌아가려면 한 사람의 직원이 자신의 월급대비해서 최소 6배는 영업매출을 올려야 이익이 납니다. 5배도 간당간당 해요...
거기에 사장 인척들이 현장에서 일하는데, 직급도 무시하고 지들 맘대로, 아주 개판을 치고 있더라구요. 또 하나 고질적인 문제, 사장 스타일이 일이 없으면 몸에 두르러기라도 난 사람처럼 몸부림을 치다가(중장비 오너들이 다 그렇더라구요) 꼭 남들 치고 빠지는 현장에 재하도급을 들어갑니다. 원청사는 분명 현대 삼성인데 돈 주는 회사는 그 하도급 회사란,...
이런 상황이 뭐가 문제가 되느냐면, 원청사에서 제대로 기성금을 풀어도 중간에 지들이 꿀꺽 먹어버리고 입 씻는 경우도 허다하고, 단가 장난은 기본이고, 지들은 현금 받고 우리에겐 5~6개월짜리 거지같은 어음 쪼가리 던져주더라 이거죠.
한마디로 영업손실이 너무 크더군요...
간단히 설명해드릴까요?
우리가 원청사랑 바로 거래하면 1억짜리 공사를 해서 다음 달 말에 현금을 받는데, 중간 하도급 업자 아래로 들어가면 1억짜리 공사가 9천이나 8천 5백으로 깎이고 돈도 5개월짜리 어음을 받는다는 이야기죠. 이런 경우에 얼마나 손해인지 계산해볼까요?
중간 하도급자에게 날리는 공사금액 1천에, 9천만원이 5개월 묵히게 되면 연리 18%로 잡아서 한달 이자가 133만원 정도, 곱하기 5하면 665만원. 그냥 가만히 앉아서 고스란히 1천 7백만원 가까운 돈이 사라지는 거죠. 거기에, 우리 같은 장비 회사들... 기름값에 장비 운반비에,...매월 현금결재 안하면 운영이 안됩니다. 어음 쪼가리 받아서 5개월 붙들고 있으면 그 동안 운영자금 나가지요. 그거 대충 따져도 2천 만원 이상 손실이 발생..
거기다 그 어음 잘 떨어지란 보장있나요? 그거 부도나버리면 어디가서 하소연도 못합니다...그대로 안고 가는 거죠. 손실비용까지 전부 다.
감이 좀 잡히시나요?...ㅎㅎㅎ
아무튼, 만 8년 동안 사장 친인척 다 몰아내고, 말 많고 일 안하는 반장, 도비 다 쫓아내고, 그지 같은 재하도급 일 못하게 사장이랑 싸워가며 뜯어 말리고...
그래서 재 별명이 ‘일단 안되 부장’입니다. ㅎㅎㅎ
현장 직원들...저 뜨면 좀 후덜덜해 합니다.
‘저 장갑 쪼가리는 아직 더 쓸 수 있겄구만 왜 버렸어? 월급서 깔꺼야’
‘저 구리스는 왜 저렇게 뚜껑에 많이 묻혀놨어? 월급서 니 월급서 깔꺼야’
‘오늘 왜 그거 밖에 일 못했어? 더 할 수 있잖아? 내일도 개수 못 채우면 월급서 깔꺼야’
그래도 우리 직원들 사장 말은 안 들어도 제 말이면 일사천리입니다.
각종 애경사에 말 못할 사연들 생기면 두 말 없이, 제가 다 밀어주거든요.
지금 우리 회사 현장 최고 측근들은 다 7년차 이상 근무자들이에요.
회사 망하지 않는 이상, 절대로 이직할 일 없는, 이 분야 최고 기술자들이 다 우리 회사에 있습니다...
지금 시세로 빼코(포크레인) 공투(0.2w) 일대가 40에서 45만원 정도 합니다. (전북)
우리 회사는 짤 없이 25만원에 씁니다. 그래도 전화하면 서로 오려고 난리 납니다.
왜? 월 말에 세금 계산서 청구 들어오면 다음 달 5일에 짤 없이 현금 주니까요.
전에는? 짤 없이 일대 45만원 줬죠......석 달이고 넉 달이고 돈을 못 줬으니까.
일은 늘 하는데 늘 자금이 없었지요. 몇 달 만에 몇 억 돌아봐야 밀린 장비대와 유류대, 운반비 주고나면 남는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지금은 다달이 원도급사에서 공사기성금 척척 들어오고, 우리도 나갈 돈 척척 나갑니다.
제 자랑 같아서 좀 미안한 말이지만, 우리 회사 일하는 장비 사장들이 저에게 술 못사서 안달들 합니다. 제가 늘 접대를 하는 입장이다 보니, 그렇게 얻어먹는 거 정말 싫어하니까요.
짜잘한 쇠주 값은 화장실 가는 척 하면서 제가 내버리고, 좀 비싼데...일식집이든 룸싸롱을 가더라도 각자 내기 합니다...‘을’ 입장을 너무 잘 아니까요. ㅎㅎㅎ
너무 긴 이야기가 되어버렸네요.
처음에 이 회사에 왔을 때, 사장님 수중에 부도난 어음쪼가리 8억에, 온갖 사채까지 부채가 한 15억 정도...다달이 월급주기도 힘든 회사였지요...
지금 그 부채 다 청산하고, 우리 사장 널널하게 살고 있어요. 빚 졌던 것 이상으로 벌어드렸지요...ㅎㅎㅎ
2009년도에 인당 700%가 좀 넘게 영업매출을 내고, 이익도 20% 이상 났네요.
그냥 뿌듯한 아침입니다.
우리사장, 참 인색하고, 정 없고, 무뚝뚝한 사람인데,
아까 나가면서 한 마디 하는군요.
‘자네가 애 많이 썼어’
돈으로 달란 말이여. 쩝...ㅎㅎㅎ
뭐든 열심히 하면 길이 열립니다.
개념을 알고 살면 말이죠...^^
식사들 맛있게들 하세요. 이따가 응원도 적당히...혈압 올라요...^^
덧글 15 접기
탈퇴한 회원
발자크님/ 하앗..그 10초 정말 감사해요...9.5초만 빌어주신거 아니겠죠?..^^
탈퇴한 회원
무언가를 알고 자신의 일을 한다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좋은 글이십니다.
탈퇴한 회원
히히... 저도 잠시 직장생활하면서 투잡족 한적이 있었는데... 그때 정말 많은걸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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