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잠을 자고
새벽이 되면 깨어나곤
할 일이 없던 저는 야식을 먹기로 합니다.
냄비에 물을 끓이고
호박과 양파를 각각 뚱뚱하게 날씬하게 썰고
잘 섞어준 계란을 휘 풀어 넣고
갖은 양념들로 간을 맞추며 저어줍니다.
계란국 완성.
튀겨두었던 돈까스를 먹기 좋게 썰고
그 위에 소스를 뿌려줍니다.
돈까스 완성.
낮에 잠들기 전 손질했던 방울토마토와 채소들을 씻혀서
밥과 함께 돈까스가 놓인 접시 한켠에 사이좋게 담아둡니다.
샐러드 완성.
"나 이제 콜라중독자는 아니니까.. 난 이제 건강한 사람이 되는 중이니까.."
혼잣말로 중얼거리면서 작은 컵에 콜라를 따라붓습니다.
"작은 컵이니까 괜찮아. 작은 컵이니까 중독에서 벗어난 거라구.."
마실거 완성.
거실 테이블 한 구석자리 위에
음식들을 놓아두고서 혼자 기뻐 날뜁니다.
환상이라고. 정말 환상적이라고.
야식에 눈이 먼 나머지 사진기를 가져와 찰칵찰칵 찍어댑니다.
너무 맛있겠다. 어서 먹어야지!! 후루룰루~랄랄라~♪
그런데, 의자에 앉아
포크로 돈까스 한조각을 집어드는 순간
어쩐지 이건 환상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새벽 2시 20분이라는 시각에
혼자서 밥을 차려먹으려고 보니
그건 환상이 아니라 왠지 절망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내 하루는 이리도 재미가 없나.
오죽하면 야식 하나에 이렇게 기뻐할까.
그래서
오전 2시가 훌쩍 지난 시간에
이십대의 중반을 지나선 남자들은
혼자서 밥을 차려먹게 되면서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는거라고 생각해봅니다.
이른 새벽에
남자의 환상은 어쩌면,
'야식'이 아니라 '결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치만 나 독신주의자인데.. 난 결혼같은 거 절대 안할건데.."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음식을 먹기 전, "잘 먹겠습니다~" 인사를 합니다.
★ iomusic님의 팝코 앨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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