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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x-100] 고백할까 말까 망설이는 당신에게

lorien | 12-03 00:06 | 조회수 : 1,067





어쩌다 보니 가끔은 연애 상담도 해 주게 될 때가 있다.
다, 이 미모와 지성과 인격과 우아함과 품격에 존경의 염을 금할 수 없게 된 세상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욕구에 따라
(알았다 그만하겠다, 듣기 좋은 꽃노래도 삼세번이지...)


개중에 흔히 접하게 되는 것이

"지금 너무 좋은 친구인데 고백해야 하나요?"
"고백해서 차이면 친구조차 못하잖아요"

라는 하소연이다.


인생선배로서 조언해 주자면,
그 너무 좋은 친구, 고백하지 않으면 평생 갈 것 같은 그 친구는
결코 평생 가지 않는다, 졸업하면 대개는 그걸로 땡이다.
남녀 사이의 친구는 대개 그렇듯 결혼 내지는 연애 전까지가 한계이다.

그리고 정말로 너무 좋아서 잃기 싫어서 고백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적어도 그 사람보다는 덜 좋은 사람과 평생을 살아야 한다.


그런 것이다, 인생이란.
당신이 고백하지 않고 끙끙 앓고 있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친구가 당신의 마음을 이미 알아채고 다가와
사실은 나도 너랑 사귀고 싶어 라고 말해 주고
그리하여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잘 살았습니다,
같은 빨간머리 앤 식의 해피 엔딩이 그리 흔하다면 그게 소녀들의 로망이 될 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렇잖아요, 당신이 매일 먹는 점심밥이 소녀들의 로망이 되지 못하고,
당신이 매일(?) 사용하는 두루마리 화장지가(이걸 알아듣지 못하는 소녀들, 알랍) 소년들의 로망이 될 수 없듯이.


그런 거다, 인생이란.
얻거나, 또는 잃는 것.
잃지 않기를 바란다면 얻지 못한다. 그리고 궁극엔 결국 빠르든 늦든 잃어버린다.
당신이 잃지 않기를 바라는 것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먼저 보길 바란다.

오래된, 편안한 관계에서 오는 안온함인지,
차이는 형태로 끝맺음하는 것이 두려운 애달픈 마음인지,
어쩌면 평생 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남몰래 기대를 걸어 보는 우정이라는 이름의 환상인지.



당신이 잃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저울 한 끝에 놓아 둔 채 반대편 저울에 올려 보라.

 

"저 사람이 다른 남자(여자)와 평생을 함께 하고, 그 남자(여자)가 저 사람의 가장 소중한 사람이 된다"
"저 사람이 아닌 다른 여자(남자)와 평생을 함께 하고, 그 여자(남자)와 한이불을 덮고 살을 부비며 살아가야 한다."

는 이름의 추를.


그러고도 당신의 마음이 태연하다면
그 때는 고민할 필요 없이 언제 잃어도 괜찮은, 하지만 이왕이면 좀 오래 가면 좋을 법한 친구로 대하면 그걸로 족하다.
만약 그것이 아니라면, 고백하라. 언제든 당신은 그를 잃게 될 터이니.


단, 이 조언의 예외는
상대가 내 친구의 여자(남자)일 때,
이성으로서의 감정은 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1% 이하일 때(이건 그냥 동성 친구와 동급이다),
당신에게 이미 스테디한 관계의 연인이 있을 때(이런 나쁜 놈).


어쨌거나, 인생은 그리 달콤하지도 그리 씁쓸하지도 않다.
쓰디쓴, 어찌 보면 쓰라린, 누구 말마따나 드라마 열 편을 찍을 법한 인생을 살아 온 내가 하는 말이니 믿어 보시길.

 

 

=싸이 홈2에 썼던 글인데 리코동에 어쩐지 올려보고 싶었습니다.=

 



★ lorien님의 팝코 앨범 ★
https://photo.popco.net/17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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