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알게 된 일인데 대구에도 제법 모던한 카페들이 모여 있는 카페 골목이 있다.
에스닷 근처, 크라제버거 골목인데 기억 속의 골목길은 그저 시내치고는 꽤 외진 곳,
개발에서 밀려난 어정쩡한 길이었는데 지금은 옹기종기 이쁘장한 카페들이 모여 있었다.
나는 어떤 면에서는 상당히 자타공인 된장녀 기질이 농후한데
밥은 김밥으로 때워도 커피는 좋은 걸 원하는 게 된장녀의 조건이라면
나는 그 조건 만큼은 충분히 충족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이런 걸 자부한다는 표현을 써도 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하지만 명품족은 아니므로 성골 된장녀는 못 될 모양이고 육두품 정도 될 수 있으려나?
어쨌든 가게 안은 노출 콘크리트 내장으로 한때 이런 드라이하고 짓다 만 것 같은 인테리어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적이 있었다.
그 때는 훨씬 더 무기질적인 느낌이었다면 요즘의 노출 콘크리트 기법은
어딘가 아날로그 시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조잡하고 키치한 소품과 연출을 더해서
인간미라는 착각을 불어넣는 데 주력하고 있는 모양이다.
의자도 테이블도 대체로 야트막한 것도 보너스.
무엇보다 좋은 건 테이블 사이가 널찍널찍해서 타인의 대화에 신경이 쓰이지도,
내 대화가 들릴까봐 신경 쓸 필요도 없다는 거겠지.
실내는 시원하게 넓고 테이블 수도 많지 않아서 좋다.
사진 찍기 좋은 카페라는 명성답게 이날 여러 팀이 와서 사진을 찍었다.
개중엔 여친으로 보이는 여자분을 데리고 와서 세웠다 앉혔다, 돌렸다 해 가면서 촬영하는 커플도 있었다.
별을 향해 달려 가는 루돌프 같은 컨셉이 느껴져서 한 컷.
(그치만 루돌프의 실체는 산타의 SM 노예인 걸.)
음식사진이라든가 메뉴판 사진도 찍어 왔지만 귀차니즘으로 일단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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