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노출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태양을 맨눈으로 보면 눈이 부시고 심지어 실명을 할 수 있습니다. 너무 밝아서요. 반면에 시계의 시침이나 초침에 발라져 있는 형광물질이 발광하는 빛은 너무 어두워서 잘 안보입니다. 이렇게 빛은 세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필름은 빛에 노출이 되면 색이(정확히는 젤라틴에멀젼층에 포함되어있는 은염이 빛에 의해 화학적으로 바뀌는) 어둡게 변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의 광센서의 경우 빛을 받아서 전기적 신호로 바꿔주게 됩니다.

빛은 세기를 가지고 있다고 했죠? 필름이나 광센서는 빛을 받으면 반응을 하고요. 그럼 과연 필름이나 광센서는 빛에 얼마나 예민하게 반응을 할까요? 태양빛을 비추어야 겨우 반응을 할까요? 아니면 야광물질에서 나오는 미약한 빛만 받아도 반응을 할까요? 그건 필름이나 광센서를 얼마나 빛에 예민하게 만들었냐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태양빛을 받아야만 겨우 반응하도록 만들 수도 있을테고 야광빛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만들 수도 있겠죠. 결국 만드는 사람 마음입니다.

엿장수 맘대로 하다보면 엿 바꿔 먹는 사람(고객) 입장에서는 짜증이 많이 날 것입니다. 어느 날에는 금붙이를 가져다 줬는데도 엿을 하나마 바꿔주고 어느 날에는 폐지를 가져다 줬는데도 엿을 두개나 바꿔주고...짜증나겠죠? 그래서 엿장수 협회에서 일종의 공통된 표준을 만듭니다. 폐지 1킬로그램은 엿 한 개, 금 1킬로그램은 엿 백 개 이런식으로 객관적인 지표를 만들어서 누구나 공정하게 엿을 바꿔 먹을 수 있도록 하면 좋겠죠?

마찬가지로 필름/광센서를 만들 때도 일종의 공통된 약속에 따라 빛에 대한 반응성/민감성을 측정해서 숫자로 표현하게끔 만들었습니다. 그래야 사용하는 사람 입장에서 필요한 상황에 알맞는 제품을 사용 할 수 있을테니깐요. 이 것이 흔히 말하는 ISO 숫자입니다.
(International Standard Organization에서 만든 국제표준을 흔히 줄여서 ISO라고 합니다. 네거티브 칼라필름과 관련된 국제표준은 ISO 5800:2001이고 디지털광센서와 관련된 국제표준은 ISO 12232:2006입니다. 그 외 흑백필름 포지티브 칼라필름 등도 각각 표준이 따로 있습니다. 이 표준에 따라 ISO 숫자가 부여됩니다).

ISO의 경우 4에서 10,000까지 정의되어 있습니다.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10,000까지 밖에 정의되어 있지 않다??? 그럼 12,800이나 25,600 이란 ISO 숫자는 그럼 어디서 온걸까요? 10,000이 넘어가는 숫자는 각 제조사에서 정의한 숫자들입니다. ISO 표준에는 공식이 들어가 있는데 이 공식에 따라서 10,000 이상의 ISO 숫자들을 각 제조사에서 개별적으로 정의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뭐, 실상 사용하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으니 이런건 그냥 잊어주시고요, 중요한건 ISO 숫자가 갖는 의미겠죠?

ISO 숫자가 낮을 수록 빛에 둔감하고, ISO 숫자가 높을 수록 빛에 민감합니다. 그리고 ISO 숫자가 2배씩 커지면 빛에 대한 민감도도 2배씩 커집니다. 즉, ISO 200이 ISO 100보다 빛에 2배 더 민감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쉽게 풀어서 말씀드리자면 동일한 빛의 세기를 동일한 시간동안 쬐어줬을 때 ISO 200짜리 필름이 ISO 100짜리 필름보다 2배 더 많이 탑니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선탠을 했더니 한명은 희미하게 탔는데 다른 한명은 시커멓게 탄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2배.

어제 글에도 2, 혹은 1.4(루트2) 등등 2와 관련된 숫자가 유독 많이 언급이 됐는데, 오늘도 이 2라는 숫자는 어김 없이 등장합니다. 아무래도 옛날 사람들은 이 2라는 숫자에 엄청 집착이 심했나봅니다.

자 그럼 ISO, 즉 빛에 대한 민감도에 대해서 공부를 했습니다. ISO 100은 ISO 200보다 절반 정도 빛에 민감하다. ISO 400은 ISO 100에 비해 빛에 4배 민감하다! 이 정도는 이제 잘 아시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