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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kon FM2] 죽어가는 개

Soma Bangkoksnaps | 12-21 17:35 | 조회수 : 2,393




A Dying Dog

Nikon FM2 Lens 24mm 2.0
Developed with Rodinal
December 2015



할리가 죽어서 슬픔이 일 때, 아내는 덤덤한 듯 이야기 했다. 카르마가 다 한 것이라고.

불교도가 아닌 나는 다 이해 할 수는 없지만 그저 우리와 관계를 맺은 그 책임을 다한 것이라는 말로 이해했다.

엊그제 방쿤티엔 해변에는 주인없는 개 한 마리가 죽어가고 있었다.

피부 한편이 썩어가는 듯 , 개는 뙤약볕에 시름시름 앓고 있었다. 지금은 죽었는지도 모르겠고 그때 나는 녀석을 데려다가 병원에 눕혀야 하는지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금 인연과 책임의 사슬을 상기하곤 그저 툭툭 사진만 두어장 찍었다.

아마 그 셔터질 때문에 난 더 많은 시간을 이 번민에 묶여있어야 할지 모르겠다.

오늘 아내와 평소 자주 가던 동물병원 앞을 지나가던중 관계자가 나를 보고는 불러세웠다. 할리와 같은 종의 불독이 버려졌으니 와서 데려다가 키우라는 것이다.

더 이상 개를 키우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터라 지나치려다 왠지 얼굴이 궁금해서 어떤녀석인가 들어가서 봤다.

정말 못생기고 왜소한 암컷 불독이었다. 세상 무너진듯한 얼굴로 철창안에 앉아있었다. 키우다 귀찮아진 주인에게 버려졌다고 한다.

아내나 나나 서로의 얼굴을 보며 더 이상 개를 키우지 않을 거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것은 한 편으로는 맡아 데려오고 싶은 마음이 한편으로는 있다는 뜻이기도 하겠다. 서로 다시 마음을 다짐하는 것이다.

볼 일을 보고 돌아오던 중 그 녀석을 키운다면 어떤 이름이 어울릴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다시 어림없는 마음을 고쳐잡는다.

죽어가던 개도 그냥 버려두었는데..

살리지도 않을 개 사진은 왜 찍어서 또 한 편으로 괴롭게 하는지..



★ Soma Bangkoksnaps님의 팝코 앨범 ★
https://photo.popco.net/54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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