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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dbo | 12-13 23:30 | 조회수 : 712
















Yuhki kuramoto - lovingly











한 잎의 여자 / 오규원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 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여자만을 가진 여자,

여자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여자,

눈물 같은 여자,

슬픔 같은 여자,

병신 같은 여자,

시집(詩集) 같은 여자,

그러나 누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여자,

그래서 불행한 여자.

그러나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여자,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슬픈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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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씨...




나는 사랑했네 한 여자를 사랑했네

난장에서 삼천원 주고 바지를 사입는  여자,

남대문시장에서 자주 스웨터를 사는  여자,

보세가게를 찾아가 블라우스를 이천 원에 사는  여자,

단이 터진 블라우스를 들고 속았다고 웃는  여자,

그 여자를 사랑했네,

순대가 가끔 먹고 싶다는  여자,

라면이 먹고 싶다는 여자,

꿀빵이 먹고 싶다는 여자,

한 달에 한두 번은 극장에 가고 싶다는 여자,

손발이 찬 여자,

그 여자를 사랑했네,

그리고 영혼에도 가끔 브래지어를 하는 여자.

가을에는 스웨터를 자주 걸치는 여자,

추운 날엔 팬티스타킹을 신는 여자,

화가나면 머리칼을 뎅강 자르는 여자,

팬티만은 백화점에서 사고 싶다는 여자,

쇼핑을 하면 그냥 행복하다는 여자,

실크스카프가 좋다는 여자,

영화를 보면 자주 우는 여자,

아이는 하나 꼭 낳고 싶다는 여자,

더러 멍청해지는 여자,

그 여자를 사랑했네,

그러나 가끔은 한잎 나뭇잎처럼

위험한 가지끝에 서서 햇볕을 받는 여자,




★ breadbo님의 팝코 앨범 ★
https://photo.popco.net/50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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