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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시선을 담는다는 것 : E-300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오는 E-400 사용기

하록선장 | 08-23 16:17 | 조회수 : 2,329


 

림푸스 스타일






그래, 나는 이미 예전에 올림푸스 스타일에 반해버렸다.




처음으로 내 돈을 모아서 카메라를 구입하려던 당시,
우리각시는 소니 f-707 을 쓰고있었고 주변의 친구들은 캐논 g2 를 권하곤 했다.
물론 나 역시 이들에 끌린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과 똑같은 것을 산다"는 것은 곧 "그들과 똑같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에
그 두 모델은 리스트에서 제외하기로 하였다.

그리고는 카메라에 대해서는 아무런 지식이 없었던 주제에
고전적인 바디디자인과 1.8 조리개, 그리고 "왠지모를 묘한 뉘앙스"를 풍기는 올림푸스라는 이름에 그만...
거금 103만원의 올림푸스 c-5050z 을 구입하게 되었다.
그 후 e-20, om-2000 과 om-20, om-2sp, e-300 등의 올림푸스 기종들을 써오면서
자연스럽게 올림푸스 바디의 인터페이스에 익숙해져버린 것이다.




내가 올림푸스의 카메라를 구입할 때는
흔히들 말하는 올림푸스만의 색감이라든지 저감도에서의 고화질에 대해서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가장 우선시하는 것은 다름아닌 가격과 디자인이었다.
경량화와 고급스러운 재질감, 절제된 디자인... 적은 버튼으로 여러가지를 통제할 수 있는 직관적인 인터페이스.
뭐... 이것만으로도 올림푸스 스타일을 논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올림푸스 스타일의 진정한 의미는 파격과 복고의 경계선을 절묘하게 걷고있는 올림푸스만의 카메라미학이다.
그 일례로는 e-10 의 디자인과 인터페이스를 e-1 에 고스란히 담아넣었던 2001년의 행보가 있다.
당시 e-1 은 지금까지의 올림푸스 유저들의 (렌즈교환형과 보다 넓은 판형에 대한) 열등감을 말끔하게 해소하였다.






그리고 나는 단언하건데, e-300 이야말로 올림푸스 dslr 의 가장 필연적인 발전궤적 안에 있다고 본다.
그것은 올림푸스 역사상 가장 독특한 slr 인 펜f 의 오마주이기 때문이다.
유진스미스의 애병으로 더욱 유명해진 펜f. 포로프리즘형식을 채용하여 납작한 윗면을 가지게 된 slr.
종군기자들이 필름을 교환하는 수고로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자 하프형식까지 구현한 이 모델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경량화, 소형화를 이루어낸 올림푸스의 역작이다.






e-300 은 그러한 펜f 를 21세기에 다시 재현해낸 최초의 바디인 셈이다.
지금까지 써온 바디들은 올림푸스 이외에도 많이 있지만, 아직까지 e-300 의 감성을 넘는 바디는 본 적이 없다.


특별함을 기억하려는 올림푸스의 의지, 그것은 언제나 내게 큰 감동이다.











 


e-400, om 을 품에 안을 뻔하다






잠깐 e-400 의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그 첫인상은, 드디어 “수동필카형 dslr” 이 등장했다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겠지.


극악의 그립감을 혹평하기 전에, 나는 그 간결한 디자인에 반했었다.
특히 그립부의 셔터와 모드다이얼, 노출버튼 등이 밀집되어 만들어진 유려한 곡선, 그리고 펜타프리즘부분의 삼각곡선이
꼭 현대적으로 재탄생한 om-2sp 같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하지만 후면부의 그 엉성한 레이아웃이란!
그것은 e-500 으로부터 이어진 “싼티나”의 대표적인 케이스인데
왼편의 버튼 네 개는 필요 이상으로 크고 버튼 위에 프린트된 레터링의 색도 영 촌스럽기만 하다.
차라리 e-300 과 같이 작은 원형버튼이 더 좋았을 텐데.
더불어 e-400 의 수직라인도 살짝 아쉽다. 이를 om 바디와 같이 직선형으로 단순하게 처리했으면 어땠을까?
아마 지금보다는 더욱 날렵하게 보일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400 은
“클래식카메라의 오마쥬”라는 올림푸스 카메라사업부의 정책을 충분히 담아내고 있는 바디이다.
지금의 zd 렌즈 디자인을 커버하면서 om 바디의 디자인을 연상시키기 위해서는 분명히 한계가 있었으리라.














e-400 의 한계






자, 이제 디지털카메라 e-400 의 스펙과 장단점을 알아보자.




올림푸스가 2007년을 “제 2의 장”이라고 말한 바와 같이
초슬림 최경량의 타이틀과 그에 걸맞는 초경량급 번들렌즈, om 을 연상시키는 바디디자인,
전작에 비해 향상된 고감도노이즈의 억제력, 올림푸스 최초의 천만화소급 씨씨디, 세분화된 iso, 개선된 오토화벨 등...
많은 장점을 가지고 탄생한 바디가 바로 e-400 이다.




하지만 슬림화에 치중한 나머지 편안한 그립감을 버린것은, 득보다 실이 많았을 것이다.


그립감이 부족해서 노출을 고정한 채 세로사진을 찍기가 어려워졌다(오른팔과 몸통을 붙인채 세로사진을 찍는경우).
노출고정버튼 ael 이 뒷쪽이 아니라 노출버튼 +/- 옆에 있으면 더 좋았을 터인데.
이러한 경우 노출고정버튼은 토글형식이 적당할것이다.




측거점이 e-1 이래 변함없이 세 개 뿐이라는 점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중앙과 좌우 측거점이 무척이나 정확한 편인 올림푸스로서는 최소 다섯개의 영역도 노려봄직한데 말이다.




코닥 풀프레임 방식을 버리고 인터라인 방식의 ccd 를 사용한 것 역시 실망스럽다.


전체 센서의 면적에서 "전송라인"의 비율을 줄이고 "포토다이오드"의 면적을 더 넓혀놓음으로써
zd 렌즈를 통한 완벽한 수직입광이 가능하다는 "풀프레임형 ccd" 에 문제가 생긴 것일까.
"인터라인형 ccd"는 포토다이오드가 좀 좁아지고 전송라인이 커지면서 전송과 연사등에서 기동성을 확보할 수는 있지만
결과적으로 약간의 화질손해가 있기 때문이다.


e-300 의 경우는 1/8 압축률에서 연사가 빠르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며
e-400 은 1/2.7 압축률에서도 이같은 연사가 가능했다.
반면 e-300 이 저노이즈에서 더 고운 화질을 제공한다.
이상하게도 e-400 은 iso100 에서도 종종 노이즈가 드러나는 경우가 있었다.




포써드의 고감도노이즈를 극복한 후속기 e-510 에 비하면 아무래도 노이즈가 많은 편이고 손떨림보정 is 도 없다.
올림푸스 제 2장에 와서도 엔트리급 바디유저는 값비싼 라이카렌즈를 써야만 한다는 이야기인가?




bls-1 배터리는 뛰어난 저전력효율을 보이지만
예전의 blm-1 에 비해 몸집이 작아진 만큼 전력효율성이 조금 떨어지는 면이 있다.




아쉽게도 이 모델은 경량화 및 소형화 이외에는 e-300 에 비해 그다지 큰 매리트가 없다.


게다가 지금의 추세라면 중고장터에서 e-300 을 제치고 최저가의 타이틀을 거머쥘 기미조차 보인다.


하지만 라이브뷰가 불필요한 유저들이 굳이 e-410 을 살 필요는 없지않은가.


e-400 은 dslr 을 처음 사는 엔트리유저, 혹은 올림푸스를 맛보려는 기존의 헝그리유저들에게는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직넘버 50






지금 내게는 zd50mm 마크로렌즈밖에 없다. 지금껏 두 번을 구입하였고, 그 성능에 대해서는 100퍼센트 신뢰한다.


올해나 내년 안에는 카메라에 아주 적은 돈도 쓸 수 없는 형편인지라 더더욱 믿고 의지하는 수 밖에.




하지만 환산 100mm 2.0 렌즈라면 준망원렌즈가 되기 때문에 실외에서의 포트레이트도 무리없이 소화할 수가 있다.


그 밖에도 2.0 으로부터 시작하는 조리개값과 최대개방에서의 만족스러운 선예도,
화각을 포기하고서라도 잡을 수 밖에 없는 뛰어난 화질, 피사체를 크게 위협하지 않는 외형,
목이나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을 정도의 크기와 무게감 등 녀석의 장점을 나열하는 것은 결코 어렵지 않다.


나로서는 최선의 선택인 셈이다.




지금으로써는 더 이상 수동렌즈를 쓰고 싶은 생각은 없다.


예전에 e-300 을 쓸 때에는 스플릿스크린과 매그니파이어를 달고
hexanon 40.8, om 50.8, om 50.4, om 55.2, om 100mm2.8, om 135mm2.8 등등의 수동렌즈들을 사용해 왔었다.
그런데 사용하면 할수록 내겐 "분에 넘치는 손맛"보다는 "빠른 촬영"이 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수동의 미학이란 것이 있고 내공으로 포커싱속도가 향상된다는 것을 알지만, 내게는 그럴만한 여유와 능력이 없다.


어쩌겠는가. 내게 한순간 시선을 주는 인물을 반드시 잡아내고 싶은 것을.


훌륭한 수동렌즈를 가지고 있었을 때에는 왠지 모를 뿌듯함이 있었지만
또한 너무나 많은 순간을 놓쳤음을 이 자리를 빌어 고백해본다.














학생과 전임선생님, 학부모님이 인터넷으로 확인을 한다.


뒤쪽에서 사진만 찍던 나로서는 합격여부를 알 수 없었다.


몇 장의 연사가 지나갔다.




"어? 어!" 갑자기 격앙된 전임선생님의 목소리. 합격을 확인하는 순간, 학생은 주저앉아 울고말았다.


사실, 그 학생은 그다지 실기가 좋은편은 아니었다고 한다.


강사선생님들이 적잖게 걱정을 한 학생 중 하나였다고 하니...




그렇지만 그 학생이 시험장에서 어떤 정신으로, 어떤 컨디션으로 그림을 그렸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그림에 얼마나 큰 에너지를 쏟아부었는지, 채점교수님들이 그 그림에서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도 말이다.




그런데


난 사진을 찍으면서


조금은 알 수 있을것만 같았다.


그 학생이 평소에 그림을 잘그리건 못그리건


아마 그 학생은 세련되지는 않았겠지만 감동적인 그림을 그렸으리라는 것을...




이 사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학부모님도 학생만큼 펑펑 울었다.


전임선생님 눈가도 빨갰었고.


사실은 나도 흥분되고 눈시울이 뜨거워져


더 이상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2005년 겨울, 이화여대의 수시발표가 나던 날,  계원예고의 미술과에서. [ 촬영 : e-300 / zd14-54 ]








람의 시선을 담는다는 것






살다보면 자신에게 중요한 무언가를 깨닫는 순간이 온다.
카메라를 알게 된 이래 지금껏 사진을 찍어보니
올림푸스의 카메라를 들었을 때의 감성이 여타의 다른 카메라를 잡았을 때와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뭐랄까... 심리적으로 안정이 더 된다고나 할까.
확신을 가지고 셔터를 누를 수가 있고, 나의 정성에 정비례한 결과를 뽑아주는 정직한 카메라라고 평가하고 싶다.




기계는 기계일 뿐 혼을 갖는 생명체가 아님은 당연한 사실이지만 우리는 그러한 무생물체에도 감정을 갖기 마련이다.
나에게는 올림푸스가 그러하다.
두번째 캄보디아 여행을 함께 한 e-300 과 zd14-54mm 에 정을 느낀 것은 그런 교감이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노이즈가 심해도, 조금 화벨이 흡족하지 않아도
그들이 잡아낸 샷 구석구석에는 당시 내가 느꼈었던 감정들이 겹겹이 묻어있다.






사람의 시선이란 것이 꼭 인물사진에만 있는것은 아닐 것이다. 
때로는 풍경이 더 깊은 사람 이야기를 던질 때도 있다.
그 풍경을 만들어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암시할 수 있는 사진들이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일까... 자연만이 가득한 사진은 많이 찍지 않았다.
그런 곳을 본 경험도 많지 않거니와, 어떤 풍경이든지 인간의 의지가 조금이라도 들어간 광경에 더 큰 감동을 받곤 한다.




e-400 과 zd50mm 를 새로 구입한 지 이제 석달째.


더 많이 찍고,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성장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어느새, 정품 dynax5d 를 내놓고 내수 e-400 을 덜컥 구입했던 지난 5월 초의 악수가
최상의 묘수로 바뀔 수도 있을테니까.








 









































내가 사랑하는 것들, 정성을 담아.








복도를 걸어 다리 쪽 출입문으로부터 맞은편으로 이동을 했다.
어두운 복도 끝 작은 창문을 통해 들어온 이 장면은 내 생전 처음보는 광경이었다.
너무나 낯설은 그 모습에 나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하늘과 땅 사이에 떠 있는듯한, 아니, 꼭 땅에서 추방된 듯한 모습.



2007년 여름, 남산중턱의 회현 제2차 시범아파트에서. [ 촬영 : e-400 / zd14-54 ]





                                                    <사람의 시선을 담는다는 것 : e-300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오는 e-400 사용기>편 끝



★ 하록선장님의 팝코 앨범 ★
https://photo.popco.net/14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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