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로봇의 진화라고 하면 대형화되고 복잡해진 시스템을 연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번에 소개하는 탐사로봇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미 항공우주국(NASA)는 이미 화성 표면을 탐사하는 로봇을 가지고 있지만, 이러한 탐사 로봇이 갈 수 없는 장소도 여전히 많다. 그래서 NASA는 거친 지형에 대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혹시라도 유기물 분자가 있을 수 있는 후미진 공간까지도 갈 수 있는 소형 이륜 탐사로봇을 개발했다.
퍼퍼(Puffer) 로봇은 처음 오리가미(종이접기)에서 영감을 얻었고, 그래서 4개의 바퀴가 달린 종이로 만든 로봇에서 시작되었다. 연구진은 전자 회로를 장착할 수 있도록 종이로 만들었던 몸체를 인쇄회로 기판으로 교체했다. 바퀴의 수를 2개로 줄이고 경사면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 바퀴는 또한 안쪽으로 접히기 때문에 퍼퍼를 스마트폰 만한 크기로 줄이고, 더 쉽게 운반할 수 있도록 여러 개를 서로 겹쳐 쌓을 수 있다. 이러한 컴팩트한 사이즈는 퍼퍼가 스스로 이동 중일 때도 유리하다. 거친 지형 아래의 좁은 공간으로 기어 들어가거나 구덩이 또는 크레이터로도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퍼퍼에는 또한 '스키터링 워크(skittering walk)' 모드가 있어 한 번에 한 바퀴 씩 미끄러지지 않고 천천히 앞으로 움직일 수 있다. 이것은 로봇이 큰 마찰력을 갖지 않는 표면에서도 가파른 경사를 따라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추가적인 안정성을 위한 테일과 아랫면에 태양광 패널이 있어 재충전이 필요할 때 몸체를 뒤집을 수 있다.
퍼퍼는 현재 평지에서 한 번 충전에 약 625m를 갈 수 있다. 마이크로 이미저가 장착되어 10 마이크론 크기의 물체를 판별할 수 있는데, 연구팀은 화학물질을 연구하는 분광계 또는 유기 물질을 샘플링하는 기술과 같은 보다 과학적인 도구가 장착된 키트를 목표로 하고 있다. 향후의 업그레이드는 자율주행기능을 포함해서 진행하며, 다양한 크기로 확장하고 언젠가는 다른 행성에의 탐사임무를 위해 더욱 견고해져야 할 것이다. 연구팀은 캘리포니아 주 레인보우 분지의 암석 지형과 콜로라도의 스키리조트에서 눈 덮인 환경, 그리고 남극의 활화산인 에레부스 산 등 다양한 지형을 활용한 로봇 테스트를 진행했다.
특히, 레인보우 베이슨(Rainbow Basin) 테스트는 퍼퍼가 화성에서 직면할 수 있는 지형 즉, 바위가 많은 경사면과 돌출부 아래로의 탐사 등을 사전에 경험할 수 있다. 화성의 이러한 종류의 돌출물은 유해한 방사선으로부터 유기물 분자를 보호해주기 때문에 이곳이 탐사 요망지역이 될 수 밖에 없다. 당연히 과학자들이 보다 상세히 조사해보고 싶어하지만 현재의 탐사선으로는 접근 할 수 없는 영역이다.
퍼퍼가 유리한 점 하나는 제작에 사용된 자재가 이미 이전의 우주 임무에서 검증되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노멕스(Nomex)는 화성에 착륙할 때 스피리트(Spirit) 및 오포튜니티(Opportunity) 로버의 충격을 흡수해준 에어백에 사용된 섬유다. 퍼퍼와 같은 소형 탐사로봇들은 우리가 화성에서 행하는 과학 탐사의 방식을 바꿔줄 수 있다. 소저너(Sojourner) 호와 마찬가지로 로봇 디자인의 흥미로운 발전 과정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