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이 새롭게 설계한 RF 마운트는 EF 마운트의 54mm와 동일한 직경 및 짧은 플랜지 초점 거리로 광학 성능을 최대한 높인 시스템이다. 큰 마운트 직경에 의해 주변부 화질 저하를 보정하여 전용 렌즈의 퍼포먼스를 최대한 끌어낼 수 있으며 렌즈의 제일 뒷부분과 센서와의 거리가 상당히 짧아 광학 설계의 자유도를 높였다. 기존 8핀에 비해 4핀이 더 늘어난 12핀 접점으로 렌즈와 바디와의 인터페이스를 최적화 시켰으며 렌즈의 수차 정보를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한다.

현재까지 캐논이 소개한 RF 마운트 렌즈는 총 4가지. 내년에 RF 렌즈에 총력을 기울인다고 언급한 만큼 엄청난 렌즈들이 기대되는 중이다. 처음 선보인 RF 렌즈들의 포스가 장난이 아니다.

* 35mm 광각 단렌즈 : RF 35mm F1.8 MACRO IS STM
* F4.0 고정 광범위 표준 줌 렌즈 : RF 24-105mm F4 L IS USM
* F2.0 고정 대구경 표준 줌 렌즈 : RF 28-70mm F2 L USM
* F1.2 대구경 표준 단 렌즈 : RF 50mm F1.2 L USM

RF 렌즈의 외관상 가장 큰 특장점이라고 하면, RF 렌즈에 새롭게 도입된 ‘렌즈 컨트롤 링’ 이 아닐까 싶다. 그립한 왼손으로 조리개, 셔터스피드, ISO, 노출 등을 직감적으로 조작이 가능하다. 이 컨트롤 링 만큼은 EOS R 유저들 사이에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캐논 풀사이즈 미러리스용 RF50.2L과 함께하면서 유저들 사이에서 ‘오이만두’라는 애칭을 지닌 2006년의 EF 50mm f/1.2L USM 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 미러리스용으로 새롭게 태어난 RF50.2L 렌즈를 약간의 과장을 보태 표현하자면, '현대 버전으로의 레볼루션' 으로 느껴질 정도로 광학적으로 개선된 부분이 많다. 단순히 F1.2 지원을 내세운 렌즈가 아니었다. F1.2에서의 화질이 놀랍도록 뛰어나다. 또한, 아래 스펙 비교에서도 볼 수 있듯이 렌즈 구성부터 시작해, 성능이나 디자인, 다른 모든 부분까지 DSLR용 EF 50mm f/1.2L USM 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의 렌즈임을 알 수 있다.

MTF 그래프 에서도 화질의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나지만 RF50.2L 렌즈는 렌즈 코팅 처리, 색수차 및 플레어 억제, 매크로 성능 등 모든 면에서 월등하다. RF50.2L 은 EOS R과 함께 저휘도 EV-6까지 AF가 가능한 스펙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F1.2에서의 화질을 처음 확인하는 순간,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 만큼 화질에 대한 만족도가 정말 뛰어난 렌즈다. 색수차 또한 렌즈 자체만으로도 잘 억제가 되어 있으며 RF 마운트의 진화된 디지털 렌즈 최적화 성능까지 가세되어 보다 완벽한 화질을 구사하고 있다. RF50.2L를 사용하면서 묵직함 이상의 성능 진화를 느낄 수 있었으며, 새롭게 태어난 RF 마운트의 위력을 제대로 맛볼 수 있었다.

EOS R 시스템과 같이 짧은 플랜지 초점 거리의 단점은 플레어, 고스트 현상 등의 수차가 발생하는 것인데, 캐논은 이 문제를 해소하고자 새로운 특허 시뮬레이션 툴을 개발하여 기존보다 효율적으로 조명에 의헤 수차를 분석할 수 있었다고 한다. 덕분에 짧은 플랜지 초점 거리를 활용한 EOS R에 최적화된 렌즈 요소를 개발하고 고급 코팅 기술을 채택했다. 그 결과 고 콘트라스트와 수차를 최소화한 생생하고 선명한 이미지를 제공한다. 또한, RF50.2L에 채택된 ASC (Air Sphere Coating) 는 표면이 정밀한 이산화규소 층과 증착 방식의 산소 층으로 구성되어 공기에 가까운 굴절률을 형성, 빛의 반사를 최대한 억제하고 다른 코팅보다 높은 내구성을 지닌다.

RF50.2L 렌즈는 이미지 센서의 초점면에 가장 가깝게 위치한 대구경 렌즈로서 F1.2에서의 강력한 선예도와 함께 이미지 구석부까지 뛰어난 디테일을 유지한다. 비구면 연삭 렌즈 소자 2매와 글래스 몰드(GMo) 비구면 렌즈 소자 1매를 포함한 고굴절 비구면 렌즈 총 3매를 사용, 중심부터 주변부까지 선명한 화질을 제공하며 UD 렌즈와 새로운 초석 타입의 렌즈 소자를 효과적으로 배치하여 확대시 발생되는 축 색수차 및 색수차 등을 억제한다. 총 9군 15매 구성으로서 앞부분의 포커싱 렌즈 군 전체가 피사체의 거리에 따라 전후로 움직이면서 초점을 잡는 설계다.

아울러 렌즈의 제일 앞쪽과 제일 뒤쪽 렌즈에는 불소 코팅을 실시하여 렌즈의 오염방지와 보다 손쉬운 클리닝을 제공한다.

물이나 먼지 등이 유입되지 않도록 렌즈 마운트, 스위치 패널 영역, 포커스 링 및 컨트롤 링 부분을 특별히 유의하여 설계했다고 한다. 덕분에 비,눈 등의 혹독한 환경에서도 안심하고 촬영을 즐길 수 있다. 캐논의 첫 번째 풀사이즈 미러리스인 EOS R 역시 동일한 방진 방적 설계를 지녀 바디와 함께 다양한 환경에서의 활약이 기대된다.

첫 느낌은 듬직하다. 기존 DSLR용 EF 50mm f/1.2L USM 렌즈 보다도 훨씬 묵직하다. 화질과 성능에 집중한 렌즈임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캐논 L 렌즈의 상징인 붉은 링의 발색도 더 강하게 느껴지며 바디에 단단히 고정되는 RF 마운트 부의 그래파이트(Graphite) 컬러는 견고함과 고급스러움이 함께 묻어난다.

EOS R 바디가 다소 작게 느껴지지만 막상 손에 쥐어 보면 그립감이 상당히 두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RF50.2L 렌즈와 같은 대구경 렌즈들을 감안하고 시작부터 그립감에 신경 썼음을 깨닫게 된다. 덕분에 EOS R을 그립하고 왼손으로 렌즈를 감아 쥐었을 때의 느낌이 꽤 좋다. 컨트롤 링과 포커스 링 역시 엄지와 중지의 조작성 면에서 상당히 뛰어남을 느낄 수 있다. EOS R 의 무광택 바디 겉면과 RF 렌즈의 겉 재질도 정확하게 통일시켰다. 겉 면을 손톱 등으로 긁어 보면 느낄 수 있듯이 가는 먼지들이 잘 묻는 편인지만, 닦아내면 또 깨끗이 잘 닦이는 묘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 렌즈를 사용하면서 EOS R 전용 배터리 그립의 필요성도 깨닫게 되었다. 때문에 처음엔 렌즈가 좀 무겁지 않나 했지만 F1.2의 화질과 배경 뭉개짐을 경험한 후에는 묵직한 무게가 납득이 되었다. 렌즈에게 설득 당했다고 할까? 무거움 이상으로 화질이 좋으며 매크로 성능까지 소홀히 하지 않은 렌즈다. 렌즈 만의 무게는 스펙상 950g. 오차 -1g ~ +1g의 저울로 재어본 실 측정 렌즈 만의 무게는 스펙보다 살짝 가벼운 948g. EOS R에 마운트하여 촬영 시에는 약 1646g을 나타냈다.

컨트롤 링, 포커싱 링, 그리고 포커스 모드 스위치와 초점 거리 범위 선택 스위치가 사이드에 마련되어 있다. 왼손으로 자연스럽고 빠르게 조작이 가능한 위치다.

특히 컨트롤 링은 아이리스 형태의 패턴을 채택하여 눈으로 보지 않고 촉감 만으로 빠르게 조작이 가능하다. 겨울철 장갑을 꼈더라도 렌즈 끝에 위치한 링이 컨트롤 링이라고 인식하면 될 듯. 렌즈 끝 유광의 레드 링이 유독 눈에 띈다. 포커싱 링은 가볍고 부드럽게 조작되며 폭이 넓어 조작이 편하다.

필터는 77mm를 장착할 수 있는데 초점에 따라 안쪽 바깥쪽으로 움직이는 안쪽 경통과 간섭 없이 경통 끝에 장착할 수 있다. 조리개 날개는 흔하지 않은 10매로서 원형 빛 망울 표현이 예쁨은 물론, 빛 갈라짐 까지도 좋다.

센서면 기준으로 최대한 근접하여 촬영이 가능한 피사체의 최단 거리는 0.4m. 원거리 촬영 시에는 경통이 안쪽으로 들어가고 최단 촬영 시에는 안쪽 경통이 앞으로 움직인다. AF 렌즈 군이 안쪽에서만 움직이기 때문에 AF 시 렌즈의 외관 변화는 없다.

렌즈 케이스와 후드는 기본 포함이다. 후드는 잠금 버튼이 있어 단단히 고정된다. 꽃무늬 후드 디자인으로서 꽤 큰 편이지만 두껍지 않아 가볍다. 가방 휴대를 위해 후드를 거꾸로 장착하면 컨트롤 링이나 초점 링 조작이 어렵기 때문에 가방에서 꺼냄과 동시에 후드를 바로 장착하는 것이 좋다.

소소한 흥미를 끈 것은 RF 렌즈의 뒷캡이다. RF 렌즈의 마운트 면을 충분히 덮고도 남으며 튼튼하게 만들어 놓았다. 덕분에 무게는 다소 있지만, 뭔가 확실히 더 믿음이 가는 만듦새다.

또한, RF 렌즈 마운트 부의 붉은 눈금과 뒷캡의 단 한 곳에 표시된 홈에 맞춰 끼워 오른쪽으로 돌려야 장착이 된다. 참고로 RF 렌즈 뒷캡은 EF 렌즈 뒷캡으로도 함께 사용이 가능하며 EOS R 바디 캡 역시 EOS DSLR 바디 캡으로 사용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