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 85mm F1.2 렌즈의 역사는 43년 전 FD 마운트 렌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6년에 세계 최초로 85mm F1.2 렌즈를 실현했으며 최초의 L 렌즈인 FD 85mm F/1.2 L 렌즈를 1980년도에 내놨다. EF 마운트인 EF85mm F1.2L USM은 1989 년에, 그리고 현재까지도 EF 마운트로서 F1.2 인물용 렌즈의 상징이 되고 있는 EF85mm F1.2L II USM은 2006년에 발매된 바 있다. 그 이후 13년 만에 풀사이즈 미러리스용 RF85mm F1.2 L USM을 선보이게 되었다.

캐논이 RF85.2L 렌즈에 메인 타이틀로 내건 카피는 “캐논 인물용 85mm 렌즈중 최고의 광학 성능”이다. 그 만큼 광학적으로 자신있다는 얘기다. 캐논 듀얼 픽셀 CMOS AF와 함께 워블링 없이 쾌적한 AF를 자랑하며 F1.2 에서 보여주는 색수차 억제와 놀라운 해상력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그야말로 값어치 만큼 하는 렌즈. 이 렌즈를 사용하면서 광학 기술의 한계를 가늠할 수 없게 된 확실한 계기도 되었다.

RF85.2L은 9군 13매의 렌즈 구성으로서 RF 대구경 마운트 및 짧은 플랜지 초점 거리의 이점을 살리고 캐논 독자의 기술을 집대성 했다. BR 광학 소자 채용 등으로 색수차를 극한으로 억제하면서 85mm 최고의 화질을 구사하게 되었다.

BR 렌즈와 UD 렌즈는 색수차 억제를 위한 요소로서 뛰어난 묘사 성능과 함께 대구경 렌즈에서 쉽게 발생할 수 있는 색수차 현상을 효과적으로 억제하였다. 덕분에 F1.2의 엄청난 렌즈 밝기에서도 수차 현상을 찾아볼 수 없으며 우수한 선예도까지 더해져 놀라운 결과물을 제공한다.

BR 광학 소자는 렌즈의 재료를 분자 구조 설계부터 검토하여 개발하게 된 유기 광학 재료다. 지금까지 대구경 렌즈는 한 점에 집광이 어려웠던 청색을 크게 굴절시키는 변칙 분산 특성으로 색수차 현상을 보정하기 어려웠는데 BR 소자를 통해 대구경 렌즈의 최대 조리개 에서도 탁월한 묘사가 가능해진 것이다.

오목 렌즈와 볼록 렌즈의 결합 만으로는 청색 파장을 보정할 수 없고 집광 위치도 맞지 않아 청색이 흐리게 나타나게 되는데 BR 광학 소자를 채용하여 빛의 전체 파장역을 하나의 점에 집광시킬 수 있다. 덕분에 수차 현상을 크게 억제할 수 있었다.

또한 공기구면 코팅과 ASC 채용으로 역광이나 불빛이 많은 환경에서도 플레어 및 고스트 현상 억제력까지 뛰어나도록 설계되었다.

구면 수차와 코마 수차를 억제하기 위해 연삭 비구면 렌즈를 조리개 바로 앞에 배치. RF85.2L 렌즈는 UD, BR, 연삭 비구면 렌즈의 효과적 배치로 중앙부터 구석부까지 압도적인 화질을 제공하게 되었다. 결과물을 보고 가장 놀란 점은, 밝은 배경과 만나는 피사체 외곽이나 머리카락 주변에 발생할 수 있는 색수차를 깔끔하게 억제하며 높은 콘트라스트와 뛰어난 선예도까지 발휘하는 F1.2 최대 개방의 화질이었다. RF85.2L은 어떤 상황에서도 수차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는 마술같은 렌즈다.

현재까지 발매된 RF 마운트 렌즈는 RF85.2L 을 포함하여 총 5가지. 그리고 망원 줌과 광학 10배 줌 렌즈 등 공식적으로 개발 발표한 것까지 포함하면 총 10종이 된다. 캐논 EOS R의 본격적인 공략은 2020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캐논의 최대 장점인 인물 용으로의 사진. 그리고 이에 상징적인 RF85.2L 렌즈는 EOS R 시스템을 어필할 묵직한 위치에 서게 되었다.

▼ 공식 발매된 RF 마운트 렌즈 (2019년 6월 기준) ▼

▼ 앞으로 발매 예정인 RF 마운트 렌즈 ▼

캐논의 풀사이즈 미러리스 RF 마운트는 EF 마운트의 54mm와 동일한 직경 및 짧은 플랜지 초점 거리로 광학 성능을 최대한 높인 시스템이다. 큰 마운트 직경에 의해 주변부 화질 저하를 보정하여 전용 렌즈의 퍼포먼스를 최대한 이끌어 내며 렌즈의 제일 뒷부분과 센서와의 거리가 상당히 짧아 광학 설계의 자유도를 높였다. 기존 8핀에 비해 4핀이 더 늘어난 12핀 접점으로 렌즈와 바디와의 인터페이스를 최적화 시켰으며 렌즈의 수차 정보를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한다. 또한 RF 렌즈에 새롭게 도입된 ‘렌즈 컨트롤 링’ 에 의해 그립한 왼손으로 조리개, 셔터스피드, ISO, 노출 등을 직감적으로 조작이 가능하다.

이너 포커스 및 링 타입의 USM 드라이브와 함께 심도가 얕고 정밀한 초점이 필요한 F1.2 렌즈를 고려, 새로운 고성능 마이크로프로세서 액추에이터로 고속, 고정밀 AF를 구현했다. RF50mm F1.2 L USM 과는 달리 AF 시 안쪽 경통 자체가 움직이지 않고 렌즈 안쪽 AF 렌즈 유닛만 움직이는 형태로서 촬영 거리에 따른 외관 변화는 없다.

캐논의 듀얼 픽셀 CMOS AF와의 조합이 상당히 좋으며 AF가 부드럽고 빠르다. 워블링 없이 한 번에 AF를 빠르게 잘 잡아내는 편이며 근거리 원거리 반복 시에도 답답함을 느낄 수 없었다. 소음 억제도 잘 되었으며 화면 터치에 의한 AF 반응도 상당히 빠르다.

역시 대구경 L 렌즈답게 듬직하고 믿음직스럽다. 그립 순간부터 화질과 성능에 집중한 렌즈임이 손 끝으로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EOS R 바디와 다른 RF 마운트 렌즈들처럼 겉 재질과 초점링 컨트롤링 부 등의 디자인을 통일시켰다. 견고함과 고급스러움이 함께 느껴지는 그래파이트(Graphite) 마운트와 캐논 L 렌즈의 상징인 유광의 붉은 링이 눈에 띈다.

왼손 그립감이 상당이 부드럽고 묵직하다. 크기와 무게감이 다소 있기 때문에 손에 쥐고 세로로 촬영해보면 배터리 그립이 간절해진다. 그립의 전체적인 느낌은 꽤 부드럽고 좋다. 렌즈를 왼손으로 파지한 상태에서 컨트롤 링 및 포커스 링 조작성도 좋다.

RF50mm F1.2 L USM 렌즈도 그러했지만 이 렌즈 역시 EOS R 전용 배터리 그립을 활용하면 보다 안정감 있는 촬영 그립이 가능해진다. 렌즈가 다소 무겁지만 F1.2의 화질과 아름다운 보케는 묵직한 무게를 잠시 잊게 해준다. 내가 쥐고 있는 그 느낌 이상의 화질을 뽑아 내주는 아름다운 렌즈다.

컨트롤 링, 포커싱 링, 그리고 포커스 모드 스위치와 초점 거리 범위 선택 스위치가 사이드에 마련되어 있으며 왼손으로 자연스럽고 빠르게 조작이 가능하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그립한 상태에서의 조작성도 좋은 편.

컨트롤 링은 렌즈 제일 바깥 쪽에 위치하는데 아이리스 패턴과 단단한 재질로 인해 촉감 만으로도 초점링과 구분이 가능하다. 포커싱 링은 상당히 가볍고 부드럽게 조작이 되어 편리한 조작성을 제공한다.

렌즈 만의 무게는 스펙상 1195g인데 오차 -1g ~ +1g의 저울로 재어본 실 측정 렌즈 만의 무게는 스펙보다 살짝 가벼운 1188g을 나타냈다. 앞뒤캡과 후드를 포함한 렌즈 휴대시 만의 무게는 1308g, EOS R에 마운트하여 촬영 시에는 후드 포함 약 1912g을 나타냈다. 그리고 배터리 그립 조합으로 촬영 시는 약 2238g이다.

렌즈만의 무게	휴대시-앞 뒤캡, 포함

EOS R로 촬영 시 (후드 포함)	배터리 그립 장착 촬영 (배터리 1개)

마운트 부, 스위치 패널부, 초점 링부 등에 방진, 방적 구조를 채택하여 물과 먼지가 유입되지 않도록 신경 썼다. 또한, 제일 바깥쪽과 안쪽 렌즈 표면에 부착된 이물질도 간단히 제거할 수 있는 불소 코팅을 실시. 발유성, 발수성이 높아 융이나 천을 사용하지 않고 블로워 만으로도 먼지 제거가 쉽고 물방울, 이물질, 지문 등도 잘 묻지 않는다.

최신 광학 기술이 도입된 F1.2 대구경 렌즈 답게 필터 지름은 82mm로 다소 크다. 후드는 원통형의 탄성이 있는 플라스틱 제로서 잠금 버튼에 의해 렌즈에 단단히 고정된다. 후드의 길이가 꽤 되기 때문에 가방 휴대시에는 거꾸로 장착하는 것이 공간 확보에 좋다.

조리개 날개는 9매 날개를 채용하고 있으며 원형 빛 망울 표현과 빛 갈라짐 모두 좋다. 특히 기존 EF 렌즈에 비해 뒷 배경 뿐 아니라 앞 배경에 발생하는 보케까지 더 예쁘다고 어필하고 있는데 실제 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렌즈였다. 추후에 선보일 보케 특성의 렌즈인 RF85mm F1.2 L USM DS도 어떤 다른 느낌을 줄 지 무척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