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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어쩌면 내 유년시절의 기억에 대한 소유욕인지도 모른다.'
내가 기억하는 최초의 "우리집"은 역삼동의 영동아파트였는데 그 곳은 연탄으로 난방을 하는 10평 남짓한 작은 집이었다.
현관문은 나무로 되어있었고, 아파트는 다닥다닥 붙어있었으며...
약 15동이 한 놀이터를 가지고 있는 구조로 배치되어 있었던 것 같다.
그 곳에는 곳곳에 국기게양대가 있었고, 오후 5시가 되면 확성기에서 일제히 국기에 대한 맹세와 반주가 흘러나왔다.
구슬치기를 하거나 딱지를 치던 친구들도 그 때만큼은 하던 일을 멈추고 가슴에 손을 올려야 했다.
5층짜리 회색 아파트들이 밀집해있는 그 곳에 나의 어린시절 추억들이 있다.
영동아파트는 철거된 지 벌써 5년이 지났다.
초등학교에 들어갈 즈음엔 옆에 생긴 개나리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일학년부터 대학원에 들어갈 때까지 거의 20년 이상을 살았던 곳.
총 41개동이 모여 만들어진 단지.
나무가 10층까지 솟을 정도로 높고 울창했던 녹색의 땅. 밤이 깊어질 때까지 축구하고 연날리고 눈싸움하던 그 곳.
대학생이 되어 초등학교 동창들과 처음으로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던 그 곳.
그 곳이 지금 철거되고 있다.
'나의 고향이 철거되는 것이다.'
혹자들은 말한다. 아파트단지를 고향이라 부르는 세대는 너무나도 빈곤하다고.
그래, 정말이지 70세대 이후로부터 우리의 고향은 각 도시 각 동의 아파트단지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향은 고향인거다. 그리고 난 그 추억을 더이상 잃어버리고 싶지 않았다.
꼭 내가 살았던 곳 뿐 아니라 이제 곧 없어질 또 다른 아파트들의 마지막 모습들을 담아두고 싶었다.
그 곳이 어디든간에 찾아가서 찬찬히 흔적들을 기억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70세대의 마지막 아파트에 대한 일주일간의 기록은 시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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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갔다온 글 이후 무지 오랜만에 이런 글을 보는 것 같네요 ^ㅅ^; 2007-08-09 22:3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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