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d Shuffle

2005-05-23 20:48 | 조회수 : 83,776 | 추천 : 1

iPod 시리즈는 기능으로 본다면 한국의 MP3 플레이어들과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 흔한 FM 라디오, 보이스 레코딩등도 별매 악세사리를 구입하기 전에는 지원하지 않고, 다양한 음원형식이나 동영상도 지원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iPod Photo를 통해 사진보기등을 지원하는 변화를 보였지만 상대적으로 느리다고 밖에 할 수 없다.
물론 MP3 플레이어는 음악 재생기이기 때문에 음질과 음색만 좋다면 다른건 상관없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쉽게 iPod의 음질도 역시 합격점을 주기 힘들다.
밍숭맹숭한 음색을 채워줄 3D 음장이나 이퀄라이저 셋팅도 없다.
게다가 번들 이어폰이라고 주는 이어폰은 디자인만 이쁠뿐 성능은 확실히 기대 이하이다.
그런데도 iPod 시리즈는 전세계 HDD형 MP3 플레이어를 장악하고 있고, 지금 소개하는 Shuffle은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 제품들의 공격속에서도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왜 이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일까?
그것은 바로 iPod Style이라고 칭할 수 있는 그들만의 독특한 철학때문이 아닐까 가늠해 본다.

리뷰진행 : 김정철(master@popco.net)


| 애플의 첫번째 플래시형 MP3 플레이어. iPod Shuffle

사람들은 왜 MP3 Player를 살까?
그저 단순하게 음악을 즐기기 위해서?
그렇다면 최근 MP3 플레이어의 판매량이 늘어나는 것을 설명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최근 나오는 핸드폰의 대부분은 MP3 플레이어 기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MP3 플레이어의 시장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좋은 음질의 음악을 듣기 위해서?
사실 핸드폰으로 듣는 음악은 아직까지 MP3 플레이어에 비해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그런데 이 명제도 사실 설득력을 가지기 힘들다.
MP3폰에 비해 MP3 플레이어가 음질이 앞서기는 하지만 CD 플레이어에 비해서는 아직 떨어지기 때문이다.

여기 까지 왔다면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MP3 플레이어를 사는 이유는 그 월등한 휴대성과 핸드폰을 능가하는 뮤직 플레이어로써의 기능, 그리고 CD나 테이프등에 비해서 MP3 라는 음악 포맷 자체의 편이성 때문이다.
MP3 플레이어는 과거 워크맨이 그랬던 것처럼 “휴대성이 월등하면서도 음악을 그럭저럭 재생하는 뮤직 플레이어”라는 혁신을 이뤄냈고, 거기에다가 소스 공급의 편이성이라는 세마리 토끼를 잡은 것이다.

서론이 길었다.
그렇다면 iPod Shuffle은 구입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제품일까?
기능은 거의 없고, 음색 효과나 이퀄라이저가 전무하기 때문에 기본 음질에 만족하지 못하면 이어폰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
최근 MP3 플레이어들에 비해 출력도 약하고, FM 라디오 기능도 없다.
게다가 필수중의 필수, LCD창이 없다.
노래 제목도 알 수 없고, 자신이 원하는 노래를 찾아서 듣기도 힘들다.
기능면에서 본다면 최악의 MP3 플레이어라는 것에 이견을 달기 힘들 것이다.
그런데, 셔플은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도대체 왜 일까?

| 미니멀리즘 디자인

iPod 를 선택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그들의 디자인에 매료되어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iPod 시리즈는 터치휠이라는 독특한 네비게이션을 집어넣으며 멋진 디자인과 인터페이스를 선보였다.
저가형의 Shuffle은 터치휠은 집어 넣지 못했지만, 최대한 터치휠 느낌이 나는 네비게이션을 채택하며 iPod 스타일을 상당부분 이어 받았다.
액정창이 없어지며 전면부는 네비게이션만 자리잡고 있는 심플한 디자인이며, 특히 옆면에는 아무런 스위치나 버튼을 만들지 않고 매끈한 라인을 유지하였다.
후면부를 봐도 도저히 이걸로 모든 조작이 가능할지 의문이 드는 요상한 버튼만 몇개 자리 잡고 있다.
OFF, 랜덤, 순차 재생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 스위치와 배터리 충전여부를 알 수 있는 스위치가 전부이다.
장식적인 요소와 불필요한 것을 모두 제거한 미니멀한 디자인.
Shuffle은 훌륭하게 iPod의 혈통을 이어받았다.

| 가볍다. 작다.

85 x 25 x 8.5mm의 크기는 아주 작다고 할 수 없지만 두께가 8mm에 불과하기 때문에 체감되는 크기는 실제보다 더 작게 느껴진다. 게다가 22g에 불과한 무게는 목에 걸었을때 부담이 거의 없다.
악세사리 수준의 크기라고는 할 수 없지만 미니멀한 디자인은 어떤 옷과 코디해도 잘 어울리는 장점이 있다.
바로 이 부분이 기존 iPod에 비해 가장 큰 장점
iPod가 아무리 숨기려 해도 부담스러운 크기였던데 반해 Shuffle은 한손에 쏙 들어가는 크기가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러나 지금 크기의 반으로 줄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기능도 별로 없는데...
다만 12시간의 재생시간을 위한 배터리때문에 전체 크기가 커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별매인 외장 배터리 팩을 구입하면 배터리 수명을 20시간까지 연장할 수 있다. (3A 사이즈 배터리 이용)

| 무작위 선곡

셔플을 처음 보게 되면 "어 액정이 없네?" 정도로 크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어 간다.
그러나 액정이 없다는 것은 자신이 현재 어떤 노래를 듣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은 물론이고, 총 몇개의 음악이 들어가 있는지, 소리 크기는 어느 정도인지, 가수가 누구인지, 다음 곡이 무엇인지 전혀 알아낼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이런 단점을 애플은 오히려 장점으로 내세웠다.
물론 랜덤 재생과 순차적 재생이 둘 다 가능하지만 셔플의 재미는 바로 이 랜덤 시스템에 있다.
듣는 것도 랜덤이지만 전용 소프트웨어인 아이튠스의 오토필을 이용하면 들어가는 곡도 랜덤으로 집어넣을 수 있다.
무작위로 집어넣어진 곡을 역시 무작위로 듣는다.
마치 라디오 방송을 듣는 것과 같아서 다음 곡에 대한 묘한 기대감을 갖게 되고 심지어 컴퓨터에 MP3 파일로는 있었지만 잘 듣지 않던 새로운 노래를 발견할 수도 있다.
거기에 덧붙혀 iTunes에서는 곡마다 선호도를 별 하나~다섯개까지 두어 자신이 좋아하는 곡이 당첨(?)될 확률을 높이는 장치도 마련해 두고 있다.
랜덤 뮤직 시스템은 마치 iPod의 터치휠처럼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나중에는 그것없이 듣는게 더 어색해질 정도로 중독성이 있다.

 

| 문화가 되어버린 iPod의 위력

한국에서는 외국처럼 큰 인기를 끌고 있지 못하지만 미국 및 유럽에서의 iPod의 인기는 대단하다.
그래서 Apple의 전용 소프트웨어인 iTunes를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수많은 연구(?)와 논의가 이뤄지고 있을 정도이다.
게다가 수백가지 종류의 액서사리로 튜닝하는 iPod는 하나의 문화현상이 되고 있다.
Shuffle 역시 이런 iTunes와 악세사리로 하나의 스타일이 되고 있다.
//griffintechnology.com/ 등 외국 사이트에서는 수많은 Shuffle 관련 악세사리를 접할 수 있다.
기능 한두개 추가해서 새 버젼을 내놓는 것보다는 이런식으로 확장의 여지를 만들어 놓는 것이 사용자들의 만족도 측면에서 더 높은 편이다.
참고로 한국의 애플샵에서도 악세사리를 구매할 수 있다.
//www.applestore.co.kr/ipodstore/ipodshuffleaccessories.html

| 멋지긴 한데 왜 이건 빼먹었을까?

단점이 없는 기계는 없다.
셔플도 물론 결정적인 단점이 있다. 만약 셔플의 외양만 보고 충동구매를 계획하고 있는 유저가 있다면 여기서부터는 꼭 유념해서 봐주길 바란다.
첫째로 다른 MP3 플레이에서 대부분 지원하는 기본 기능들이 많이 빠져 있다.
FM 라디오, 보이스 레코더, 구간 반복 기능등 어학기능등을 이용할 수 없다.
만약 위의 기능들을 이용하려는 유저들은 Shuffle의 구입을 포기해야 하거나 참고 살아야 한다.
둘째, 외관 버튼들을 단순화하려고 했는지 아니면 어떤 이유인지 꼭 필요한 버튼이 빠져 있다.
바로 Hold 버튼. 이 간단한 것을 왜 뺐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플레이, 스톱 버튼을 3초간 누르면 Hold가 설정된다.)
셋째, 액정이 없다는 것은 생각보다 불편하다.
가사를 본다는 호사스러운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가끔 가수의 이름이나 노래 제목이 생각이 안나서 미칠것만 같을때가 있다.
이럴때 액정이 있어서 가수 이름이나 제목을 알려준다면 평균 수명이 1년 정도는 늘어나리라고 생각된다.
Shuffle은 참을성이 없는 사람에게는 절대 구입을 말리고 싶다.

| 음질...아직 갈길이 멀다.

기존 iPod 시리즈에 비해 음질이 나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기본 출력이 낮고, 박진감이 부족해서 넉넉한 저역이나 상쾌한 고역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부족함이 있을 듯 하다.
게다가 글의 서두에 밝혔듯이 기본 음장이나 이퀄라이저 셋팅이 전무해서 그야말로 셔플이 들려주는 음을 그대로 들을 수 밖에 없다.
물론 왜곡이 적고, 부드러운 애플의 기본 음색을 선호하는 사용자라면 상관이 없겠지만 애플의 음색을 선호하지 않는다면 치명적인 단점이 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iPod의 고질적인 문제점. 번들 이어폰의 성능이 시원치 않은 점도 큰 단점이다.
다른 이어폰, 심지어 한국 제조사의 번들 이어폰으로만 바꿔줘도 확실히 귀가 시원해 지는 느낌이다.
셔플의 가장 큰 아쉬움이라고 하겠다.

| 최악인가? 최고인가?

Shuffle은 극단적인 평가가 갈리는 MP3 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다.
화려한 기능과 다양한 용도로 이용하려는 사용자들에게는 최악의 MP3 플레이어가 될 것이고, 반대로 최소의 가격으로 단순하게 음악만 즐기는 데에는 최고의 MP3 플레이어가 될 것이다.
게다가 용량 대비 최저 수준의 가격은 굉장한 매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치명적인 단점은 기존 화려한 기능으로 치장한 한국형 MP3 플레이어에 익숙한 유저들에게는 iPod Shuffle을 망설이게 하는 이유이다.

하지만 Apple이 초대하는 iPod 스타일로의 초대장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제품을 파는게 아니라 감성을 팔고, 스타일을 파는 그들의 전략은 비슷비슷한 제품이 늘어나고 제품의 차별화가 절실해 질수록 시장에서 더 빛날 것이다.
참고로 셔플을 분해해서 모듈을 분석해 본 결과 FM라디오와 액정을 지원하는 하드웨어임이 밝혀 졌다.
비용적 절감을 위해 많은 기능을 제한한 Apple 최초의 플래쉬형 플레이어 iPod Shuffle. 그 다음 버젼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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