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콘으로 조정하는 휴머노이드

2004-09-20 11:18 | 조회수 : 10,429 | 추천 : 1

휴머노이드(Humanoid), 일반적으로 인간형 로봇을 일컫는 단어다.
인간과 같이 머리, 몸통, 다리로 구성되며, 이족보행을 기반으로 하는 로봇을 휴머노이드라고 부른다.
어릴 적 즐겨보았던 만화영화의 로봇 주인공들의 대다수가 이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휴머노이드를 제어면으로 크게 분류하자면, 인공지능을 가지고 있는 형태와 내부에 사람이 탑승하는 형태, 원격조종하는 형태의 세가지로 나뉜다.
그 중 가장 현실과 가까운 형태는 바로 세 번째 원격조종의 형태이다.
철인 28호의 주인공 쇼타로와 같이 휴머노이드를 원격조종하는 꿈은 80년대에 초등학교 시절을 보낸 사내아이라면 누구나 꿈꿔봤던 일일 것이다.
미국의 완구 제조회사인 WOW WEE에서 선보인 휴머노이드, 로보사피엔(Robosapien)은 우리를 그런 꿈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게 해준다.
로보사피엔은 NASA의 과학자인 Mark W. Tilden이 디자인을 맡았다고 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전반적으로 쓸데없는 부품을 줄이고, 움직임에 따른 매커니즘을 최소한으로 단순화한 것이 특징이다.
로보사피엔에 내장된 모터는 단 7개이다. 겨우 7개의 내장된 모터가 적외선 신호에 따라 작동, 여러 가지의 동작을 구현한다.
단순화한 만큼의 단점도 있다.
와이어로 연결된 손가락의 악력이 약하기 때문의 무거운 물건은 물론이고, 동봉되어 있는 플라스틱 컵을 집기에도 역부족이다. 하지만 불가능 한 것도 아니어서 연습을 거듭하면 플라스틱 컵은 힘들어도 휴지 정도는 쉽게 집고 움직일 수 있다.

양 손가락의 모양이 다르게 생겼기 때문에 집는 방식에 따라 좌우 손을 바꿔서 이용하면 조금 더 수월하게 물건을 집을 수 있다.
오른쪽 손은 손 끝으로 물건을 집을 수 있게 디자인되어 있어 점에 힘을 집중시켜야 하는 휴지나 수건 같은 흐느적 거리는 물건을 집는데 용이하고 왼쪽 손은 면에 힘을 집중할 수 있어 플라스틱 컵 같은 딱딱한 물건을 집는데 용이하다.

등에는 스피커가 내장되어 있어 데모의 각종 음악이나, 동작시의 효과음을 재생해준다.
손가락 끝에 각각 하나씩, 발의 앞뒤에 각각 하나씩, 도합 6개의 센서 달려 있어 충돌을 감지하면 행동을 중단하므로 제품의 무리한 동작으로 파손될 염려도 없다.
뭐니뭐니 해도 로보사피엔의 가장 큰 매력은 이족보행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10만원 중반대의 로봇 제품이 이족보행을 한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었다. 로봇 공학에서 휴머노이드를 구현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이 이족보행의 구현이라는 것은 예전에 한 과학서적에서 본 일이 있기 때문이다. 한족 다리를 들 때의 무게 중심을 이동시켜 균형을 잡는 점이 특히나 힘들다고 한다. 때문에 미국과 일본을 위시한 로봇 공학이 발달한 나라들이 이족보행을 구현하기 위해서 막대한 예산을 쏟고 있고 최근에서야 구현 가능하게 되었다고 한다.

저가형 휴머노이드가 과연 제대로 된 이족보행을 구현할 수 있을까? 의문은 제품을 받아보는 순간 풀렸다. 로보사피엔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족보행을 구현하고 있었다. 로보사피엔의 보행방식은 무릎관절을 사용해서 한쪽 발을 들어올리는 방식이 아니라 무게중심을 좌우로 치우치게 해서 발을 바닥에서 띄우는 방식이다. 허리의 모터가 작동 좌우로 반동을 만들면, 무게 중심이 양 옆으로 기울게 된다. 무게 중심이 극단적으로 기울었을 때 반대쪽 발이 바닥에서 떨어지게 되고, 떨어진 사이에 골반에 있는 모터가 작동 발을 앞으로 내미는 방식이다. 엄밀히 말하면 인간의 보 행방식과는 전혀 다른 이족보행이다.
전반적인 외형은 상당히 멋지다.
양눈에 빨간색 LED 두 개와 손바닥에 해당하는 부분에 주황색의 LED가 각각 달려 있어, 제품의 디테일을 더해준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각 부품의 절단면이 매끄럽지 못한데다, 도색도 엉망이어서 그 완성도는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게다가 D 사이즈 배터리를 양 발바닥에 2개씩, 도합 4개나 들어가는데다, 리모콘에는 AAA 사이즈 배터리가 3개나 들어간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배터리는 하루에 1시간 정도 작동 시 일주일을 채 못 버텨서 배터리의 비용도 부담이 큰 편이다.
실제로 작동을 해보면 각 동작 사이에 잠깐씩 멈추는 지연시간이 있어 동작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한 편이다. 대신 프로그램 모드를 이용할 경우 최대 7개의 동작을 연계할 수 있고 데모 동작도 67가지로 풍부한 편이어서 모자란 부분을 어느 정도 보충해준다.
하지만 저가형 이족보행 로봇이라는 수식어가 주는 기대감이 생각보다 커서 실망스러움은 감출 수 없다.

공학적인 접근보다는 단순한 장난감으로 접근이 어울리는 제품이다.
공학적으로 접근을 원하는 사람들은 지난달 7일에 판매를 시작한 일본 콘도(kondo)사의 KHR-1을 시작으로 앞으로 슬슬 쏟아져 나올 고가형 휴머노이드형 로봇들의 출시가 기다려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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