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도 밝게 빛나는 나만의 책 : 리딩 라이트 라이트웨지

2004-10-15 09:29 | 조회수 : 10,710 | 추천 : 1


군대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난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서인지 글을 쓰게 될때면 자주 군대에서의 일을 얘기하곤 한다.
군대라는 곳이 문명의 이기와 동떨어진 곳이기 때문일까? 제대를 한 지금, 생활에 약간 도움이 될만한 제품이 나타나더라도 "아.. 이 제품이 그 때 있었더라면, 얼마나 유용하게 사용했을까?" 라는 아쉬움이 생긴다.

지금 소개하는 라이트 웨지(LIGHT WEDGE)도 군대에서의 추억 때문에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 제품이다.
군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훈련소에서의 편지 쓰는 시간을 잊을 수는 없을 것이다. 가혹하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는 훈련소 생활... 훈련소 생활에서의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담긴 편지 한 통이다.
하지만 몇분의 짜투리 시간도 용납하지 않는 빽빽하게 짜여진 훈련소의 일과 시간에 쪼들리다보면, 편지를 읽기 위해서 짬을 내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물론 답장을 쓰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고... 시간에 쫓기다 보면 편지를 읽을 수 있는 시간은 22시부터 다음날 6시까지 이어지는 8시간의 취침 시간 밖에 없다.

힘든 점호가 끝나고 소등이 되면 대다수의 훈련생들은 그날 받은 편지를 들고 화장실로 쪼르르 달려간다.
냄새나는 화장실 변기 뚜껑 위에 앉아서 편지를 읽을 때의 기분은 아마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를 것이다.
유비무환의 자세로 입대하기 전, 일명 라이트 펜이라 불리우는 초록색의 LED가 달린 볼펜을 가진 비범한 사람들은 침상에서 이불 속에 몸을 숨긴채 편안하게 편지를 읽거나 답장을 쓸 수 있었다. 그들은 준비되지 않은 범인들에게는 항상 동경의 대상이었다. 필자가 라이트 웨지를 처음 접했을 때 생각난 곳이 바로 훈련소의 화장실이었다. 그 때 이놈만 있었어도 추운 겨울에 화장실에서 손을 호호 불어가며 편지를 읽지는 않았을텐데...

잡설이 길었다. 본론으로 들어가자. 라이트 웨지는 일명 리딩 라이트라 불리는 책을 읽기 위한 보조 조명이다. 밤에 책을 읽는 사람들이 그리 많은 건지... 요즘 들어 다양한 리딩 라이트들이 출시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펜 타입의 라이트부터, 스탠드 형의 라이트, 책에 끼우는 클립형의 라이트, 심지어 머리에 착용하는 라이트에 이르기까지 별의 별 디자인의 리딩 라이트들이 등장하고 있다. 라이트 웨지는 기존의 제품과 사용법이 조금 다르다.





검은색의 플라스틱 손잡이에 투명한 아크릴판(조광판)이 달려 있는 독특한 형태로 손잡이 부분의 전원 버튼을 누르면, 손잡이에 내장되어 있는 두개의 고휘도 LED가 아크릴판를 측면을 밝게 비춘다. 아크릴판의 측면에서 비춰진 빛은 아크릴판을 횡으로 가로지르게 되고, 아크릴판 전체를 빛나게 만든다. 이 빛나는 투명 아크릴판을 책 위에 얹고 책을 읽으면 된다. 조금 독특하지 않은가? 횡으로 가로지르기 때문에 책에서 반사된 빛이 눈으로 들어오지 않아서 눈이 덜 피로하다는 장점과, 빛이 주변으로 새지 않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가로 24cm, 세로 17cm... 전체적인 사이즈가 조금 작아서 크기가 비교적 작은 소설책등을 보기에는 무난하지만 잡지나 전문 서적을 읽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는 점이 아쉽다. 아래에 있는 시디와 비교한 사진을 보면 크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손잡이 부분에 양쪽에는 홀더를 끼울 수 있는 홈이 있는데 이곳에 홀더를 끼우고 책의 상단이나 하단에 밀착시키면 라이트가 고정이 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독서를 즐길 수 있다.

처음 방 안의 조명을 끄고 라이트 웨지를 켰을 때의 느낌은 필요 이상으로 밝다는 것이었다. 고휘도 LED를 채택해서 그런지 왠만한 LED 라이트를 능가할 정도의 밝기였다. 밝으면 시력보호를 위해서는 좋지만, 눈이 쉽게 피로해지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그리 반갑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전원을 끄기 위해서 전원 버튼을 눌러보니 밝기가 약간 수그러들었다. 메뉴얼에 따르면 라이트 웨지는 COOL과 REALLY COOL의 2단계로 밝기를 2단계로 조절 가능하다고 한다. 아마 더 밝은 놈이 REALLY COOL일 듯하다. REALLY COOL의 경우 주변에 사람이 있을 경우, 주변 사람들에게 방해가 될 정도로 밝기 때문에... 굳이 시력 때문이 아니더라도 COOL과 REALLY COOL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밝기가 약한 COOL 상태에서 전원 버튼을 한번 더 누르면 전원이 꺼지고 한번 더 누르면 REALLY COOL 모드로 전원이 켜진다.



밝기면에서는 대만족이었지만, AAA 사이즈 배터리를 네개 사용하기 때문에 유지비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 불만족스러웠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스펙에 따르면, 한 번 배터리를 넣으면 연속으로 40시간 이상 사용 가능하다는 점이다. 밝기에 따라 사용 시간이 차이는 있겠고, 40시간이 어떤 모드의 밝기였을 때의 자료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밝을 수록 전력 소모가 심하고, 스펙에는 최대 시간을 명시하는 것이 관례이므로 COOL 모드로 작동했을 시의 시간이라고 짐작된다.



처음에 종이의 뒷부분에 대는 제품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종이 뒷부분에 대어 보았다. 단면 인쇄가 된 경우는 은은한 빛이 골고루 펴져서 글을 보기에 더욱 편했지만, 양면 인쇄된 종이의 경우는 뒷쪽에 인쇄된 글자가 비쳐서 앞의 글자와 겹쳐 보이기 때문에 글을 읽기 힘들었다. 쓰잘떼기 없는 짓이었지만 이 쓰잘떼기 없는 짓을 통해서 알아낸 것이 하나 있다면, 라이트 웨지를 책받침 대용으로 쓴다면 밤에 편지나 글을 쓸 때 상당히 유용하다는 점이다. 라이트 웨지의 표면이 매끄럽기 때문에 글을 쓰는데 어떤 방해도 하지 않고, 불빛이 은은하게 퍼져서 눈의 피로를 줄일 뿐만 아니라, 주변으로 새어나가는 빛이 상당히 줄어들기 때문에 옆사람에게 방해가 되지도 않는다. 밤 늦게 담요 안에서 여자친구에게 편지를 쓰는 군대 간 동생에게 제격인 듯 하다.



제품의 매뉴얼에는 책갈피로 사용해도 좋다고 써 있지만, 그다지 얇지는 않아서 책갈피로 쓰기에는 부적합해 보였다. 끼우고 다니다가는 라이트 웨지에 상처가 나거나 책이 상할 우려가 있다. 특히 제본 상태가 좋지 않은 책이라면, 더욱 조심해야할 듯 하다. 게다가 책을 볼 때면, 책장을 넘길 때마다 라이트 웨지를 들고 페이지를 넘긴 후에 다시 내려놓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하지만 그 정도의 불편함이야 기존의 제품들의 불편함에 비하면 큰 편은 아니다.




오랜 시간을 사용해 본 것이 아니라서 평가를 하기에는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굳이 총평을 내리자면 100점 만점에 90점 이상을 줄 수 있는 제품이라는 것이 결론이다. 예상보다 밝은 조명과 튼튼한 외관, 240g의 부담없는 무게 그리고 결코 짧지 않은 사용시간등 거의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제품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크기가 너무 작다는 정도를 꼽을 수 있을까? 여행을 많이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출시된 제품인 만큼, 크기를 크게 할 경우 휴대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일부러 작은 사이즈를 채택한 듯 하다. 핸드북을 자주 보는 사람들을 위해서 사이즈가 좀 더 작고 10달러정도 저렴한 PAPER BACK이라는 모델이 있기는 하지만, 가정에서 사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큰 사이즈의 제품을 포함한 좀 더 다양한 사이즈의 제품들을 출시했으면 좋았을 걸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리딩 라이트를 구매하려던 사람들이라면, 조금 무리해서라도 라이트 웨지를 구입할 것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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