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1억2500만달러를 들여 쏘아올린 화성 기후 탐사선이 286일의 항해 끝에 화성에 닿자마자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은 록히드마틴의 탐사선 제작팀이 비법정 계량단위인 야드와 파운드로 탐사선 제원 정보를 작성했는데, 운용사인 NASA의 제트추진연구소 조종팀은 법정 계량단위인 미터법으로 착각했기 때문이었다. 140∼160km 높이의 궤도에 자리 잡아야 할 탐사선이 계획보다 100km 아래인 60km 지점의 낮은 궤도로 진입하면서 대기권과의 마찰열을 견디지 못해 폭발하고 말았다. 서로 다른 도량형 사용이 어이없게도 탐사선 폭발을 초래한 셈이다.
야드법을 쓰는 미국과 미터법을 쓰는 캐나다의 국경지역에서도 비법정 계량단위로 예기치 못한 과속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비법정 단위인 마일(mile)로 제한속도가 표시돼 있는 미국 도로를 달리던 운전사가 킬로미터(km)를 사용하는 캐나다 도로에 들어서면서 무심코 과속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항공기의 경우 국내 항공사가 피트·마일 단위를 쓰는 반면, 다른 국가의 관제탑은 미터 단위를 사용한다면 서로 교신할 때 혼선이 일어나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산업자원부는 “국내총생산(GDP·약 800조원) 중 ‘계량 측정’에 의한 상품 거래가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평’ ‘근’ 같은 비법정 단위를 쓰면서 1%의 오차만 발생하더라도 2조7천억원의 소비자 손실이 유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미국은 개발도상국 수준?
인치·파운드 고집하며 국제 계량단위 확산에 걸림돌 만들어
진시황제 이후 1500년 동안 척관 단위를 써온 중국은 1985년 국제단위계(SI)를 도입해 성공적인 정착 단계에 와 있다. 일본도 1976년부터 토지·건물의 거래·증명에 평 대신 ㎡를 사용하도록 했다. 유럽연합(EU)은 그동안 파운드·야드를 미터법과 병행 표기하다가 2010년부터 모든 상품에 SI 단일표기, 즉 미터법만 쓰기로 했다. EU는 특히 미국에 대해 SI 단일표기를 하지 않으면 2010년부터 미국산 제품 수입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SI 단위 사용에 관한 한 개발도상국(?) 수준이다. 연방정부는 미터법을 쓰고 있지만 미국의 개별 기업은 여전히 인치·파운드를 쓰고 있다. 미국은 이에 따라 현재 자동차 속도계에 km/h와 마일/h를 같이 표기하고, 포장 식료품에는 온스·파운드를 g 단위와 함께 표기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계량측정협회 윤병수 부장은 “사실 국제 계량단위는 미국 때문에 빨리 확산되지 못했다. 우리나라도 미국에 수출하는 나사와 볼트 제품에 인치·파운드 단위를 표기하고 있는데, 미국이 여전히 그 단위를 쓰고 있기 때문”이라며 “미국의 코닥필름 공장에 가보면 미국에 팔리는 필름 롤에는 인치를 쓰고, 아시아 수출제품에는 미터 단위를 쓰고 있다. 똑같은 공장에 다른 두 가지 측정 기계를 갖춰야 하는 이중 부담을 안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회원정보
아이디 : spf1974
닉네임 : FrozenPenPen
포인트 : 266574 점
레 벨 : 최우수회원(레벨 : 6)
가입일 : 2007-01-26 14:24
포토앨범보기 쪽지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