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적이게도 농촌 일손 부족으로 오히려 기계화가 잘 되어
예전처럼 허리 숙여 낫질을 해야 하는 경우는 드물게 되었습니다.
모판에 씨앗을 뿌려 싹이 나고 한 뼘쯤 자랐을 때면,
학교며 일터며 군대에서는 하던 일들을 멈추고 농촌으로 향하였지요.
듬성듬성 던져진 모 다발을 주워 하나하나 심어가며,
길게 늘어서 사람들이 허리를 펼 사이도 없이
모잡이는 냉정하게도 한 칸 사이 벌려 멀어져 가고,
언제 끝나나 싶었던 뒷걸음질이 끝났을 때는
논에 초록의 꿈이 하나 가득 채워져 있었지요.
삐쭉삐쭉 나온 피들을 걷어내고,
병충해 방제제를 뿌리고,
그렇게 알곡이 채워지길 기다리며 한 여름을 보내고 나면,
허수아비들이 하나씩 세워지기 시작합니다.
속을 가득 채워주는 든든한 가을 햇살은 최고의 영양제,
날아드는 참새들을 쫒아내는 소리는 기대감에 가득 차 있었습니다.
태풍이라도 지나는 시기에는 잠 못 이루며 물꼬를 트러 달려가야 했지요.
추석 무렵의 황금빛 찬란한 들녘에는 넉넉한 부자의 마음이 넘실대고,
또 다시 도시는 농촌으로 달려갔습니다.
서걱서걱 베어지는 벼이삭을 한데 묶고,
경운기에 올려 탈탈 거리며 집으로 돌아옵니다.
적게나마 새들을 위한 알곡들을 남겨두고서…….
너른 마당에 탈곡기를 돌리고,
낱알 한 톨이라도 흘릴까 조심히 자루에 담습니다.
그렇게 바쁜 가을이 지나갑니다.
길게 늘어선 벨트를 막대 하나로 요리 조리 움직이며
능숙하게 속도를 조절하는 정미소 주인아저씨의 손놀림에 감탄하는 사이
부대에는 햅쌀이 담기고, 한 쪽으로는 겨가 쌓여 갔지요.
그렇게 얻은 첫 햅쌀밥을
아버지들과 형제들은 할아버지와 함께 밥상으로 받고,
할머니와 어머니들과 누이들은 또 다른 밥상으로 받았습니다.
베어진 벼 밑동만 남아 있는 초겨울의 논에는
그리운 기억의 단편들로 가득하였습니다.2018-12-11 12:41 신고
003설산어린시절과 청소년 시기가 떠오릅니다...
저 일들을 함께 하며 그 힘듦을 체득했으니까요~...
그래도 고딩 때는 낫질, 지게질 등 모든게 운동삼아
즐거움으로 했었는데 이젠 그 주인공들은 세상에
안계시니 가을이면 한켠으로 밀려드는 허전함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십년 정도 더 일하다 '고향 앞으로' 가고 싶은 꿈을
잘 이뤄 나가야겠습니다~^^2018-12-11 13:09 신고
005장풍(붓 대신 빛을 잡다)저는 동계훈련 나가기 전에 이엉 엮어서 A텐트에서 덜덜 떨면서 자던 생각이......ㅋㅋㅋㅋ
우리 부대는 미사일부대라 미군하고 작전을 같이 했는데
그 시절만 해도 가난한 나라의 노동/지식 착취수준인 군인들은 참 힘들었었죠~~~2018-12-11 15:1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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