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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내나는 인생......#001. 신발 뒷굽이 닳아 갈수록 나는 성장한다.

살림하는아빠곰 | 06-13 18:33 | 조회수 : 4,053 | 추천 : 3

 

 

본 에세이는 필자의 "그린키퍼" 생활을

한 장의 사진과 그에 따른 생각을 담은 에세이로서..

때론 심히 길게.. 때론 섭섭하리만큼 짤막하게..

본인도 어떻게 진행될지 모를 두서없는 에세이입니다!!

세 줄 요약 따위는 없으니,

혹여 장문을 읽는 게 불편하신 분들은

과감히 백스페이스를 눌러주세요^^* 

 

 

 

 

#001. 신발 뒷굽이 닳아 갈수록 나는 성장한다.

3년 전쯤 내 휴대폰 알람은

 

휴대폰에 10개, 태블릿에 10개..

 

모두 20개의 알람이 맞춰져 있었다.

 

반복 알림까지 세다 보면...... 휴,,

 

알람 맞추고 끄는 것조차도 시간을 투자해야 할 지경이라니..

 

내가 새벽이슬을 밟게 된지는 올해로써 3년이던가?

 

주간 근무를 대여섯 달 하다 조출로 근무가 변경되었는데

 

처음 두 달간은 어찌나 힘에 부치던지..

 

스튜디오 작업실에서 날 밤을 새는 일도 허다했지만..

 

새로 시작한 일마저 새벽에 깨어 있으려니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새벽 공기는 왜 그리도 차던지..

 

군 생활 때조차도 입지 않고 버티던 내의를 4월까지 챙겨 입었다.

 

4월에 들어가면서 슬슬 이슬이 피기 시작할라 치면 양말은 마를 날이 없다.

 

발이 질퍽 거리는 느낌이 두어 시간 지속되다 보면 그 스트레스가.. 흠..

 

6월에 들어서면 햇살은 어찌나 따가운지 7시만 되더라도 살갗은 벌겋게 닳아 오른다.

 

이후에는 뭐 말할 것도 없고.. 다시 9월이면 슬슬 추위와의 전쟁..

 

눈 내리는 12월이면 카트 타고 다니는 것조차 버겁다.

 

 

 

 

혹자들은 묻는다.

 

대체 새벽에 뭔 할 일이 있다고 그리 일찍 나가느냐고..

 

설마 할 일 없이 새벽이슬 밟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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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키퍼"란

 

골프코스의 컨디션을 관리하는 "코스관리자"이다.

 

코스를 정비하고 유지, 보수하는 모든 일들이 주 업무이다.

 

보통 유지, 보수 등의 작업은 주간에 이뤄지지만,

 

고객의 플레이에 지장을 주는 요인을

 

사전에 미리 파악하고 조치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

 

보통 골프장은 7시 전후로 Tee-off가 되기에,

 

플레이 전 여유 있게 사전 점검을 하려면,

 

이른 새벽에 일을 시작하는 건 불가피하다.

 

골프클럽마다 운영방식에는 차이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조기 출근 시에는

 

그린예지(그린의 잔디를 자르는 일)와

 

벙커(모래로 채워진 해저드) 정비 등을 주로 하는데,

 

필자는 그린예지로 처음 조출을 시작해서

 

지금은 조출팀을 전반적으로 지휘하는 역할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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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암튼 이러이러한 이유로 새벽이슬을 밟고 다닌다.

 

대체 그 힘든 일을 왜 하느냐고 묻는다면..

 

 

 

아.. 음.. 그러게.. 내가 이 일을 왜 하지? ㅋ

 

 

 

사실 스튜디오를 하면서 내 삶은 나태해질 데로 나태해졌었다.

 

일거리는 산더미인데도 마냥 귀찮고..

 

그렇다고 집에서도 썩 훌륭한 가장도 아니었고 말이지..

 

헌데 정말 우연한 기회로 들어선 이 삶은..

 

뭐랄까..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상쾌한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초록이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고 했던가??

 

시원하게 펼쳐진 너른 잔디밭이 눈에 가득하고..

 

상쾌한 새벽 공기는 훌륭한 애피타이저스럽다.

 

그래서 그런지 조금씩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얼굴에는 핏색이 돌기 시작한다.

 

지인들로부터 얼굴 좋아 보인다는 소리를 다시 듣게 된 걸 보면

 

한 가지는 분명해진다.

 

지금 나는 이 삶을 충분히 즐기고 있다는 것..

 

 

 

이렇게 나는 오늘도 새벽이슬 밟으며 일을 나선다.

 

어느 누구 하나 밟은 흔적 없는 이슬 위에

 

처음으로 올라서서 발자국을 딱 찍어놓으면

 

내 스스로가 정말 부지런해졌음을 느끼게 된다.

 

남들은 자고 있을 조금 이른 시간..

 

누구보다 조금은 먼저 일어나서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는 것..

 

괜스레 자랑스러운 기분마저 든다.

 

한 발자국, 또 한 발자국..

 

이슬을 지워가는 발자국이 늘어갈수록..

 

내 신발 뒷굽이 닳아갈 수 록..

 

이렇게 나는 조금 더 성숙해지고 있나 보다.. 

 

 

 

 

 

 

 

 

 

ps. 사실 요즘 많이 힘들었습니다.

 

늘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서..

 

또다시 예전처럼 나태해질까 두렵기도 하고..

 

헌데 팝코를 알게 되고 나서 보니

 

그간 한 번도 찍어 볼 생각을 못 했던 이곳이..

 

온통 사진 찍을 것 투성이더라고요ᄒᄒ

 

카메라를 들고 나서는 코스가..

 

그간 내가 느껴왔던 곳이 맞나 싶기도 하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와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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