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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내나는 인생......#000. prolog

살림하는아빠곰 | 06-01 00:27 | 조회수 : 3,014 | 추천 : 2










#000. prolog




10년을 조금 못 채운 시간 동안

나는 사진쟁이였다.


낮엔 쉼 없이 셔터를 눌러대고


밤을 새워 모니터를 들여다본다.


왼손에는 담배, 오른손에는 타블렛펜..


책상에 빈 공간이 생길라치면

커피에 찌든 종이컵들이 탑을 이룬다.


책상 언저리에 떨어진 담뱃재만큼이나


나태함이 밀려만 온다.


클라이언트의 니즈는 늘어만 가는데


도통 무기력함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그만하고 싶지만 그만 둘 수가 없다.


실패한 인생이 되지는 않을까 두려움이 앞선다.


괜한 자존심 때문에 마지막까지 쥐고 있던 끈을


드디어


놓아 버렸다.


4년 전의 일이었다.

세무서에 폐업 신고서를 작성한지 석 달..


백수라는 압박감보다 홀가분한 생활이 편했다.


하지만


한 집안의 가장, 두 아이의 아빠로서


마냥 시간만 보내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전공이랍시고 일을 시작한 어느 민간연구소에서


수중미생물을 이용한 정화 관리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되고,


프로젝트 준비차 어느 골프클럽을 방문하게 된다.

힐링이 필요한 시기라 그랬을까?


탁 트인 푸른 코스를 바라보니


지난 세월 막혀있던 숨이 길게 내쉬어진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 본 평온함에


시료채취 따위는 뒷전이다.

일주일을 고민했었나??

미련 없이 ​​연구소에 사표를 던져버리고


"그린키퍼"라는 낯선 생활 속으로 무작정 뛰어들었다.





2012년 11월


나의 풀내나는 인생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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