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어귀에는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고,
무사귀환을 배웅하고 맞아주던 나무가 있었다.
마을 잔치가 이루어지는 중심이 되어 금줄이 걸리기도 하고,
깔깔거리는 아이들에겐 무등이 되고,
고민 많은 젊음은 말을 걸어온다.
가족에겐 팔을 빙 둘러 안기기도 하며,
연인에게 한결같은 미래를 약속했다.
지금도 키 큰 회색 콘크리트 사이에 끼었다고
그 존재감을 스스로 놓아버리지 않는다.
완장을 차고 우러름을 받아보겠다는 위세가 넘쳐나는 도시에서
가장의 처진 어깨와 등을 기댈 수 있도록 묵묵히 자리할 뿐.
뜨거운 햇살과 거센 빗줄기에 힘들어 하는 노년에게
작고 좁은 처마가 되어줄 뿐.
마음에는 나무 한그루를 품고 산다.
거리낌 없이 오르고 기대고 말을 나눌 나무를 품고 산다.
오늘도 그리움의 언덕에서 어른을 기다려본다.
나도 누군가의 나무가 될 수 있을까, 꿈을 꾸어본다.2021-03-04 13:4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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